"꺼지지 않는 희망"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들

시민기자 이상국, 박경자

발행일 2016.12.22. 16:20

수정일 2016.1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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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행진하는 시민들 모습 ⓒ이상국

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행진하는 시민들 모습

밤거리 곳곳을 수놓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불빛과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캐롤을 듣고 있으니, 영락없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시민들은 일상을 힘들게 버티고 있지만, 크리스마스는 이미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가수 윤종신의 노래 제목처럼 ‘그래도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었던 지난 17일, 8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웠지만, 촛불은 든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시위문화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군중을 이룬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비폭력 평화집회로 시위문화를 이끌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캐롤을 개사하여 부르고,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축제의 현장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 시위를 하는 시민들 ⓒ이상국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집회 시위를 하는 시민들

지금까지 8회의 촛불집회를 빠짐없이 참여한 시민 안재홍 씨도 성숙한 촛불집회 문화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안 씨는 “많은 시민들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고 시위문화를 스스로 즐기면서 동참하는 모습은 놀라운 일”이라며 “다양한 집단이 그룹을 이뤄 평화로운 비폭력 집회문화를 이끈 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어른,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 아이까지 나올 수 있는 근거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시민과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옆에서는 웅장한 북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과거의 집회와 다르게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국민들의 뜻을 전달했다.

청년들은 온라인 상에서 그룹을 결성하고 거리로 나와 밴드 공연을 했고, 거리에선 유쾌한 스탠딩 코미디도 펼쳐졌다. 또, 촛불집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팀을 이뤄 기타공연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기타를 치고 북을 두드리는 이들의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거리는 군중을 이뤘다.

촛불을 흔들며 퍼포먼스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호응은 마치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촛불집회를 즐기는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함께 함성을 외치며 열광했다. 사람들은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웃음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기도 한다.

밴드 공연팀과 시민들이 즉석에서 팀을 이뤄 공연을 펼치고 있다(좌), 청년밴드의 거리공연 모습(우) ⓒ이상국

밴드 공연팀과 시민들이 즉석에서 팀을 이뤄 공연을 펼치고 있다(좌), 청년밴드의 거리공연 모습(우)

시민 한성규, 배은환, 홍성우 씨는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끼와 재주를 나눴다. MC와 개그맨인 그들은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는지 물었다.

“촛불집회 취지 자체가 ‘같이하되 즐겁게 하자’는 그런 의미가 있으니까 저희도 갖고 있는 재주를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왔어요. 집회가 국민의 뜻을 즐겁게 전할 수 있는 소통의 광장이 되면 좋겠어요. 무대에 올라오고 싶어도 마이크가 없으면 못하기도 하는데, 우리끼리 소소하게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자 해요.”

대표로 인터뷰하던 한성규 씨는 시민들의 큰 호응에 감사한 마음도 나타냈다. “같은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 때문에 더욱 신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뿌듯해요. 마음 아프지만 앞으로도 즐기면서 웃으면서 하고 싶어요.”

자하문로 인근의 카페에서 시민들에게 보이차를 나눠주고 있다. ⓒ이상국

자하문로 인근의 카페에서 시민들에게 보이차를 나눠주고 있다.

더불어, 거리 행진을 하며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모습에서 성숙하고 발전된 시위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인근 자하문로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촛불 집회 참여자들에게 따뜻한 물이나 차를 무료로 나눠줬고, 또 다른 곳에서는 추운 날씨를 감안해 핫팩을 배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따뜻함이 전해졌다.

시민들의 기부금은 다시 시민들에게 따뜻한 핫팩으로 돌아갔다. ⓒ이상국

시민들의 기부금은 다시 시민들에게 따뜻한 핫팩으로 돌아갔다.

촛불집회가 끝나자 어린 청소년들은 솔선수범하여 쓰레기봉투를 들고 거리 청소를 시작했다. 촛불만큼이나 시민들의 성숙한 행동이 밝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거리를 청소는 청소년들 ⓒ이상국

촛불집회가 끝나고 거리를 청소는 청소년들

시민뿐만이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시민들을 챙기고 있는 서울시의 배려도 눈에 띄었다. 경찰들과 119구급대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고, 서울시  공무원은 개방된 화장실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빠르고 신속하게 거리를 정비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안내하고 있는 경찰들(좌), 대기 중인 119구급대(우)ⓒ박경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안내하고 있는 경찰들(좌), 대기 중인 119구급대(우)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을 위해 개방한 화장실을 안내하고 있다. ⓒ박경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을 위해 개방한 화장실을 안내하고 있다.

집회가 끝나고 신속하게 거리를 정비해 나가는 서울시 환경미화원들 ⓒ이상국

집회가 끝나고 신속하게 거리를 정비해 나가는 서울시 환경미화원들

오랜 시간 취재를 마치고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은 시렸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그리고 12월 24일 제 9차 촛불집회가 생각났다. 촛불집회에서 마주하는 크리스마스 전야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 주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8차 촛불집회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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