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더 걷기 좋은 성곽길, 탕춘대성

시민기자 최용수

Visit2,162 Date2016.12.21 17:03

탕춘대성 성곽길을 걸으면 족두리봉 등 북한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최용수

탕춘대성 성곽길을 걸으면 족두리봉 등 북한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조선왕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수도 방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이에 19대 왕 숙종은 한양의 ‘도성(都城)’을 보강하고, ‘북한산성(北漢山城)’을 새로 건설한다. 그리고 서울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고자 했다.

동쪽은 한양도성의 북악산에서 구기터널~형제봉~보현봉의 북한산성과 연결하고, 서쪽은 인왕산에서 향로봉~비봉~사모바위를 지나 문수봉의 북한산성과 이어지는 성곽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서쪽 구간 중 일부만을 축조했는데, 그 성이 바로 지금의 ‘탕춘대성’이다.

인왕산 동북쪽 능선에서 출발해 ‘홍지문’과 홍제천을 건너 북한산 향로봉 기슭까지 4km의 성곽길이 이어진다. 서쪽의 성이라는 뜻으로 ‘서성(西城)’이라 부르기도 했다. ‘탕춘대성’이란 이름은 세검정 인근에 있던 연산군의 놀이터 ‘탕춘대’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겨울철에야 제모습을 드러내는 탕춘대성 ⓒ최용수

겨울철에야 제모습을 드러내는 탕춘대성

계절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한양도성과 달리 탕춘대성 탐방은 최적의 계절이 따로 있다. 울창한 수목이 낙엽 되어 떨어지고 성곽과 능선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지금이 최적기이다. ‘탕춘대성’을 가려면 경복궁역(3번 출구)이나 홍제역(1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상명대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 ⓒ최용수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

홍제천을 따라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弘智門)’이 보인다. 홍지문은 1921년에 홍수로 주저앉았던 것을 1977년 7월에 서울시 도성복원위원회에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아치형의 육축 위에 단층 문루를 올리고, 좌우에는 협문과 성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다. ‘홍지문(弘智門)’이란 숙종이 내린 현판은 없어졌고 현재의 현판은 1977년 복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쓴 것이다.

홍제천에 설치된 오간대수문과 탕춘대성 모습ⓒ최용수

홍제천에 설치된 오간대수문과 탕춘대성 모습

홍지문 옆으로는 다섯 개의 홍예형(아치형)의 ‘오간대수문(五間大水門)’이 있다. 홍제천(사천)의 물이 잘 흐르도록 만든 일종의 수구(水口, 물구멍)이다. 1921년 홍수 때 홍지문과 함께 유실된 것을 1977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수문(水門)은 길이 26.72m 폭 6.8m 높이 5.23m의 아치형 수로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오방색(五方色)’이 액을 물리친다는 주술적 믿음이 있었다 하니, 물구멍이 5개인 것과 수문 위에 새겨진 귀면(鬼面, 귀신 얼굴)도 이런 토속적 신앙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지문에서 탕춘대 성곽길로 가려면 옥천암을 지난다 ⓒ최용수

홍지문에서 탕춘대 성곽길로 가려면 옥천암을 지난다

홍지문과 오간대수문을 둘러보고 탕춘대성 탐방을 위해 홍제천을 내려오면 ‘옥천암(玉川庵)’을 만난다. 이 사찰의 관음보살상(마애좌상)은 많은 영험담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가 되었다. 태조 이성계도 서울로 도읍을 정할 때 마애좌상 석불에 기원을 했고, 흥선대원군의 부인 민씨(閔氏)도 아들 고종을 위해 자주 찾아와 기도 했다고 한다. 옷 주름 선이 깊지 않고 신체 전반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아미타불은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나무데크길에서부터 탕춘대성 성곽길이 시작된다 ⓒ최용수

나무데크길에서부터 탕춘대성 성곽길이 시작된다

옥천암 아래 산기슭에는 최근 건설된 무장애 나무데크길이 있다. 여기가 바로 탕춘대성 4km 탐방의 시작점이다. 두터운 개나리나무 숲 사이 양지바른 데크길은 상명대학교 뒤쪽으로 연결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한 탐방로를 따라가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한양도성 성곽길과는 달리 축조 당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탕춘대성이 이어진다. 성곽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곽의 돌 형태와 크기가 북한산성이나 한양도성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탕춘대성 역시 숙종 때 축조되었음을 증명해 준다.

성곽을 따라 20여분을 걷다보면 ‘탕춘대성 암문(暗門)’이 나타난다. 자고로 성곽에는 적이나 일반인들에게 노출된 여러 성문(城門)이 있었지만 암문만은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숲이 우거진 곳이나 성곽 깊숙한 곳에 만들어졌다. 전시가 되면 군수물자를 조달하거나 비밀리에 군사를 이동시키는 등 비상시에 사용하는 문으로 군사적으로 중요한 문이다. 탕춘대성에는 이 암문(暗門)이 유일하다. 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도 이 암문을 통과하여 이어진다.

암문을 지나면 향로봉까지 빽빽한 소나무숲 사이로 흙길이 이어진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숲길을 걸으면 소나무가 뿜어내는 두터운 피톤치드 향기가 기분 좋게 해준다. 난이도 초급수준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탐방로이다. 특히 가족단위나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 이 성곽길의 특징이다. ‘홍지문’과 함께 ‘탕춘대성’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되어 있다.

탕춘대성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 ⓒ최용수

탕춘대성 성곽길을 따라 걸다보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곧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겨울이 아니면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탕춘대성’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탐방하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 떠나보면 어떨까. 시간이 멈춘 듯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며 지혜를 가다듬었던 선비들처럼, 성곽길을 걸으며 2017년 새해 설계를 해 본다면 의미 있는 12월의 탐방이 될 것 같다.

■ 홍지문 및 탕춘대성 안내
○ 위치 : 서대문구 홍제동(구 종로구 홍지동) 산4번지
○ 관련 홈페이지 : 종로 문화관광(tour.jongno.go.kr), 문화재청 (www.cha.go.kr)
○ 교통편 :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종로13·0212·1020·1711·7018·7022번 환승, 상명대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또는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간선버스 110·170번 환승, 홍지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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