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모임 준비는 ‘마을무지개’처럼 가치 있게~
발행일 2016.12.20. 17:24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에요.”
그야말로 전례 없는 최악의 불경기라고들 하는데, 이럴 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와 같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더욱 어렵다. 이익보다는 사람을,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무한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평구 마을기업 ‘마을무지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덤으로 알뜰하게 송년 모임을 준비하는 요령도 얻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파티와 연말모임은 다문화 음식으로 알뜰하고 특색 있게
아일랜드형 식탁 위엔 쌀국수, 숙주, 고추, 양파, 파, 고수 등이 담긴 접시들이 놓여 있고, 대형 냄비엔 쌀국수 국물이 끓고 있다. 다른 쪽에는 춘권 튀김, 과일, 각종 샐러드용 채소, 소스 등이 차례로 놓여 있고, 또 다른 냄비에는 감자 양송이 수프가, 다른 냄비에는 나시고랭이 담겨 있다.
지난 13일, 은평구 사회적경제 허브센터에서 열린 송년회에서는 다문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베트남 대표 음식인 쌀국수까지도 각자 취향에 맞게 재료를 골라 담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문득, 곧 있을 크리스마스 파티와 송년 모임도 이런 식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야 송년모임 하면 적당한 음식점에서 했지만, 요즘은 가정이나 특별한 장소에서 포트럭파티나 홈파티로 알뜰하고 특색 있게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이국적인 메뉴로 골라 뷔페식으로 한다면 파티 분위기도 제대로 내고, 준비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듯싶다.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마을무지개’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음식은 누가 준비한 것일까?
이색적인 다문화 요리로 송년 음식을 준비한 곳은 다름 아닌 은평구 지역 마을기업인 ‘마을무지개’다.
마을무지개는 결혼이주여성을 다문화 교육 강사로 양성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중고 학교에서 직접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다문화 체험 교육을 진행하도록 한다. 나라별 음식을 함께 만들며, 인사법도 배우고, 의상 체험은 물론, 악기나 놀이기구도 다뤄보며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해 인기가 좋다. 은평구를 넘어 서초구, 성북구 등 서울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교나 자치단체 등이 주관하는 각종 축제에서 다문화 공연도 한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전통놀이 시연 및 전통춤과 노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마을무지개에서는 아시아 8개국 음식을 중심으로 맞춤형 케이터링 서비스도 진행해왔다. 지난달에는 은평구 역촌동에 다문화 음식전문점 ‘타파스’도 열었다. 타파스에서는 베트남 대표 음식인 ‘쌀국수’, 중국 대표요리 ‘위샹로우쓰’, 베트남식 부침 ‘반세오’, 베트남 군만두 ‘짜조’,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시고랭’, 태국 볶은국수 ‘팟타이’ 등 아시아 각국의 대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012년 설립한 마을무지개는 현재 러시아,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8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13명과 은평구 지역 여성 6명이 함께하고 있다.
“수업도 하고, 음식 체험도 진행하고, 다문화 공연도 해요. 수업이나 공연이 없는 날엔 타파스 식당에 와서 일합니다. 이 시간에 와서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고 심심하지 않아요. 말도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베트남에서 왔다는 뜸디비우짱 씨는 ‘이자연’이란 한국 이름으로도 불린다. 자녀가 혹시라도 엄마 이름 때문에 왕따라도 당할까 싶어 한국 이름을 지었다는데, 다문화 가정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지역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사실 이곳 마을무지개는 단지 사업을 목적으로 시작된 기업이 아니다. 2006년 우연한 기회에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전명순 대표가 참가자들과 교감하며, 그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니 다다른 것이 지금의 마을기업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타국에서 겪은 외로움과 아픔을 접하며 그녀들을 위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고,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문화 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2년부턴 아예 마을무지개를 마을기업으로 설립하고, 사업 영역도 조금씩 확장해 나갔다. 물론 실패의 뼈아픈 경험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익보다는 품이 더 들었던 텃밭 사업,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통해 마을무지개는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사업인 다문화 교육 사업에 집중하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더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문화 교육 및 공연에서 나아가 다문화 케이터링 서비스, 다문화 음식 전문점까지 열게 된 것이다.
마을무지개는 이렇듯 느낀 바대로 스스로의 호흡에 맞춰 변화할 수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다소 더딜지 몰라도, 사회적 가치를 잃지 않고 사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내 기반을 넓혀올 수 있었다.
실제 마을무지개의 가장 큰 고객은 지역 내 관련 단체, 사회적 경제 조직이나 교육 기관들이다. 그동안 쌓아온 지역 내 관계망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것이다. 이는 다른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곧잘 듣던 얘기로, 어찌 보면 지역이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울타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6일, 청문회에 선 재벌 총수들을 보며, “저 정도 수준밖엔 안 됐어?”라는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 이대로 좋을까’하는 회의와 불안감도 깊어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기업과 상품의 가치를 따져 소비하는 가치 소비자로 거듭나 보는 건 어떨까? 이익보다는 사람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 올 연말 모임 준비나 연말 연시 선물부터라도 가까이 있는 이와 같은 사회적 경제 기업이 만든 서비스와 상품을 찾아 이용해보도록 하자.
문의 : 마을무지개 070-7642-0227
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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