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군사시설, '흉물'에서 '문화공간'으로
발행일 2016.12.16. 15:40
지난 12월 1일,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 3동 앞에서 서울시와 도봉구,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 관할 부대인 제60보병사단이 함께 군사시설 공동 활용에 대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 협약식엔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백상환 제60보병사단장 등이 참석했다.
도봉구 도봉동에 12년째 방치된 채 도심 속 흉물이었던 대전차방호시설(도봉구 도봉로 6-5 일대)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탱크로 남침하던 길목을 저지하고자 만들어진, 50년 넘은 군사시설이다.
당시 총 길이 300m 콘크리트 위에 군사시설임을 숨기기 위해 시민아파트를 지어 올렸다. 1층은 유사시 군사목적으로 쓰일 벙커시설이었고, 2~4층은 초기에는 군인 주택용으로 쓰였다.
지금은 1층 터만 남아 있지만 당시엔 4층짜리 시민아파트가 길을 가로 막듯 길게 옆으로 세워졌다. 시민아파트 1층에는 탱크가 들어갈 자리가 마련됐고, 아파트 1층 벽엔 탱크의 총구를 북쪽으로 겨눌 수 있도록 뚫린 커다란 구멍들이 있어 이곳이 군사시설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북한의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유사시엔 이 시설의 폭파도 염두에 뒀다고 한다.
1970년부터 2004년까지 존재했던 도봉시민아파트는 건축 당시 육군본부 원호관리국이 군사상의 목적으로 그린벨트 지역 내의 땅을 수용해 지은 아파트였다. 1972년 서울시가 이를 인수하면서 대부분의 입주민이 일반인으로 점차 바뀌었고 점차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낙후됐다.
도봉시민아파트는 군사보호구역에 지어졌었던 터라 다른 시민아파트에 비해 철거가 늦게 이뤄졌다. 2004년 너무 낡고 오래됐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도봉시민아파트 2층~4층은 철거됐지만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던 1층 대전차방호시설은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철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12년간 흉물스레 방치돼 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기에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리모델링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예술문화창작공간으로 만들자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니 철거하지 말고 재생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2013년 서울시장은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을 방문했다. 2014년 7월,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시민추진단이 결성됐다. 이후 시민추진단은 서울시 현장시장실과 서울시 정책아이디어마켓에서 대전차방호시설을 주민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피력했다. 현장설명회 35회, 전문가 워크숍 1회, 유사시설 사례 탐방 3회, 주민의견 설문조사 등을 거쳐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이끌어냈다.
2014년 도시재생 워크숍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서울시와 도봉구, 시민추진단은 연석회의를 진행했고 도시재생 아카데미도 4회 진행했다.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에 대한 공간재생프로젝트 예산으로 서울시로부터 26억7천1백만원을 확보하게 됐다. 도봉구는 관할부대인 제60보병사단을 직접 방문해 군사시설 공동 활용에 대한 업무 협의를 추진해 왔다. 이번의 업무 협약식은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의 문화창작센터 조성이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재 동서로 길게 놓인 5개동의 대전차방호시설은 남쪽으로는 서울창포원이, 북쪽으로는 도봉동친환경영농체험장이 있다. 친환경영농체험장 옆으론 동북권체육공원 조성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대전차방호시설 공간재생 프로젝트는 서울창포원과 조성 중인 동북권체육공원, 지역주민들이 텃밭으로 사용 중인 도봉동친환경영농체험장 등과 함께 서울 동북지역의 문화예술창작 거점공간이 될 것이다. 대전차방호시설 5개동에 커뮤니티 홀, 전시와 공연장, 시민문화예술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2017년 7월경엔 멋진 문화예술창작공간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문의 : 02-290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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