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박재동이 그린 서울시민의 삶

시민기자 최용수

Visit641 Date2016.12.14 15:23

`서울의 삶,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을 열며 작가가 쓴 소개글과 그림들 ⓒ최용수

`서울의 삶,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을 열며 작가가 쓴 소개글과 그림들

충정로역만큼 환승통로와 출구 공간이 여유로운 곳도 드물다. 어쩜 다소 황량한 느낌마저 드는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러 가는 통로에 걸음을 멈춘 사람들로 붐빈다. 종종걸음이 일상화된 출퇴근길, 어쩌면 저렇게 여유로움을 가질 수가 있을까? 호기심에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 보았다.

서울시민들의 진솔한 삶과 풍경이 담긴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서울의 삶,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展)>의 작품들이다.

“친구가 알려줘서 찾아왔는데, 주제가 다양하고 그림과 글이 쉽게 이해되어 좋네요”라며 동작구에서 온 정주연 씨는 “나도 딸이라서 그런지 ‘엄마와 딸’이란 그림이 제일 좋다”면서 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엄마와 딸`이라는 이 그림이 좋다는 관람객 정주연 씨 일행 ⓒ최용수

`엄마와 딸`이라는 이 그림이 좋다는 관람객 정주연 씨 일행

<서울의 삶,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展)>은 지난 12월 5일부터 지하철 충정로역 역사와 2·5호선 환승통로에서 열리고 있다. 시사만화의 대부인 박재동 작가가 10여 년 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하고 소박한 이웃들을 따뜻한 눈으로 관찰하고, ‘손바닥’만한 화폭에 기발하고 재미난 그림과 글로 담았다.

작품은 네 가지 테마별로 구역을 달리하여 4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퇴근길의 모습, 작가의 이야기와 생각을 담은 그림,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캐리커처,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제1구역(충정로역 3·4번출구에서 1·2번출구 방향 좌측 벽)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잠든 학생’ ‘엄마와 딸’ ‘난 노인이다’ ‘연인’ 등 퇴근길에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우리들 모습의 작품 140여 점이다.

역사 내의 기둥마다 8장의 그림이 전시돼 있는 충정로역 전시실 제2구역 모습 ⓒ최용수

역사 내의 기둥마다 8장의 그림이 전시돼 있는 충정로역 전시실 제2구역 모습

제2구역(역사 안 8개의 기둥)에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이야기와 생각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어머니 말씀’ ‘삼겹살 추억’ ‘학교 뭐 하러 왔어?’ ‘무조건 무조건이야’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70여 점의 작품들이다.

유명인과 평범한 시민들의 캐리커처 200여 점이 전시된 충정로역 제3구역 ⓒ최용수

유명인과 평범한 시민들의 캐리커처 200여 점이 전시된 충정로역 제3구역

제3구역(2번출구 통로 좌우측 벽면)은 ‘박재동이 만난 사람들’의 코너이다. 그 동안 작품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캐리커처들, 그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은 작품 200여 점이 2번 출구 좌·우 벽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배우, 작가, 감독, 종교인 등 유명인과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 공간이다.

마지막 제4구역(제1구역 반대편 벽면)에는 ‘손바닥 아트전’을 둘러본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붙여놓은 ‘시민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 있다.

시민들을 위해 직접 사인과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박재동 작가 ⓒ최용수

시민들을 위해 직접 사인과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박재동 작가

박재동 작가에게 퇴근길 시민들을 그리게 된 이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연습 삼아 퇴근길 시민들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그림 속에 우리의 일상이 오롯이 녹아있더군요. 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그림을 알고 찾아오는 갤러리 전시와는 달리 지하철역의 전시회는 바쁘게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전시라 새로운 도전이자 설렘이 있어요”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작가는 특별히 ‘퇴근길’이라는 작품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퇴근길 서울시민들의 모습이 온전히 잘 표현된 그림이라는 생각에서란다. 개회식 날, 박재동 작가는 한 시간이 넘도록 캐리커처와 사인을 선물하면서 시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충렬 서울역기획단장은 “서울시에서는 금년 하반기부터 대표 만화가 3인 이희재, 김광성, 박재동과 협력해 서울시민의 삶과 풍경을 담은 전시회를 진행해 왔는데, 그 중 하나로 박재동 작가의 작품전을 열게 되었다”면서 “2017년 4월, 서울역고가 ‘서울로7017’이 완공되면 문화가 넘치는 ‘서울의 대표 사람길’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경을 말했다.

박재동 작가의 작품 `지하철과 개울`(좌), 우리네 일상을 담은 작품들(우) ⓒ최용수

박재동 작가의 작품 `지하철과 개울`(좌), 우리네 일상을 담은 작품들(우)

사실 요즘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많아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넉넉하다. 그러나 국내 대표 만화가의 작품 400여 점을 한 곳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군다나 작품이 어렵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을 촌철살인의 멘트와 함께 담아낸 작품이라 쉽게 공감할 수 있어 좋다. 비록 바쁜 출퇴근길이지만 잠시 짬을 내어 전시된 그림 속 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달달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감성여행이 될 것이다.

■ 서울역 고가 만화전시 – ‘서울의 삶,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展’ 안내
○ 장소 :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역사 및 환승통로
○ 기간 : 12월 5일~12월 23일까지
○ 사이트 : seoullo7017.seoul.go.kr
○ 문의 : 서울역기획단(02-2133-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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