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따뜻하게 마음 전하는 법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12.13. 17:15

수정일 2016.12.13. 17:22

조회 1,451

연말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예술 플리마켓 `크리스마스마켓` 현장 ⓒ이현정

연말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예술 플리마켓 `크리스마스마켓` 현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2) 세종예술시장 소소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어느 해보다 따뜻한 위로와 나눔이 필요한 연말이다. 대통령을 둘러싼 추문들이 이어지며 배신감과 분노로 절망했고, 주머니는 더욱 얇아졌다. 이럴 땐 따뜻한 말 한마디, 마음을 담은 작은 정성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크리스마스마켓’에서 혹독한 연말을 따뜻하게 녹여줄 선물을 찾아보았다.

오감이 즐거운 예술시장

지난 7일과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특별한 예술시장이 열렸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는 봄가을, 둘째·넷째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정원에서 열리는 예술 플리마켓인데, 연말 시즌에 맞춰 크리스마스마켓을 선보인 것이다.

재즈, 클래식, 인디음악 등의 다양한 공연들이 귀를 즐겁게 하고, 빨간 풍선 아래 개성 있는 예술 상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소규모 창작집단이나 1인 창작자들이 만든 사진, 회화, 일러스트 등의 디자인 소품이나 수공예품, 독립출판물들…, 그야말로 예술시장만의 독특한 생활예술 소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벼룩시장 외에 재즈, 클래식, 인디음악 등 다양한 공연도 함께 열렸다. ⓒ이현정

벼룩시장 외에 재즈, 클래식, 인디음악 등 다양한 공연도 함께 열렸다.

“이건 감정 다이어리예요. 9개의 감정 캐릭터로 자기 감정을 체크하고, 감정 그래프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감정 일기도 쓸 수 있게 되어 있죠.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들고, 뭘 채우면 이 감정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써보는 일기장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컴퍼니’ 이남희 씨는 스트레스를 즐겁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분노캔들과 다이어리 상품들 ⓒ이현정

분노캔들과 다이어리 상품들

이날 마켓에는 감정 다이어리 종류는 물론, 감정 카드나 자석, 감정 양말, 분노캔들과 같은 개성 있는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분노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시기라 그런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시민들이 많은 인기 부스였다.

“화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얼마나 쌓였는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니면 스스로 병에 걸리거나 이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걸 눈에 보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분노캔들로 만들어, 태워서 없애면서 화도 사라질 수 있도록 한 거죠.” 심지를 눈모양으로 만들어, 실제 불을 붙이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듯 보여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크리스마스마켓에서도 독립출판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저희는 <제철연애>라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있어요. 여자친구는 사진을 찍고, 제가 글을 써서 만들게 된 책이고요. 책의 설명 글에 보면, ‘우리의 연애는 다 한철이고 제철이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결국엔 연애란 게, 어떻게 보면 영원하지 않을 순 있어도 ‘그 순간만큼은 제철로 살아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어봤어요. 설렘이나 속상함, 실망감, 이별이나 좋은 여러가지 감정들이 다 담겨 있어요. 연애에 대한 단상 같은 것을 짧은 글로 풀어낸 것이라 금방 읽을 수 있죠.” 이승용 씨가 제작한 <제철연애>는 수도권 내 있는 웬만한 독립출판 서점은 물론, 제주도나 지방에도 꽤 입고되어 있다고 한다.

직접 제작한 `제철연애` 책을 들고 있는 이승용 씨(가운데) ⓒ이현정

직접 제작한 `제철연애` 책을 들고 있는 이승용 씨(가운데)

연말, 따뜻함을 전하는 ‘크리스마스마켓’

이날은 연말 시즌이라 엽서나 연하장, 캔들, 다이어리, 달력 같은 상품들이 주종을 이뤘다. 또한, 크리스마스마켓인 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한 예술 상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저는 도시와 사람을 주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뉴욕을 주제로 잡았는데, 뉴욕에서 경험했던 사람들과 재미있는 풍경 같은 것을 담았어요. 오늘은 내년도 달력이랑 연하장과 선물패키지를 가지고 나왔어요.” 이승미 씨의 선물 패키지에는 다양한 일러스트 제품들이 랜덤으로 들어있다는데, 기대와 설렘이 있는 선물이 될 듯싶다.

이승미 씨가 뉴욕을 주제로 디자인한 일러스트 달력(좌), 성게를 모티프로 한 램프(우)ⓒ이현정

이승미 씨가 뉴욕을 주제로 디자인한 일러스트 달력(좌), 성게를 모티프로 한 램프(우)

“설산 할아버지라고,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라는 노래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얻었고요. 제가 스웨덴에서 살았을 때 봤던 피오르 만년설이 녹아 폭포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담아 캐릭터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만년설이 파괴되어가는 슬픔, 이제 겨울이 끝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죠.”

이승미 씨는 외국 유학 중 영국의 ‘핸디 크래프트 페어’, 일본의 ‘도쿄 페스타’ 등 여러 국가의 플리마켓에 주로 참가했다고 한다. 국가마다 소비패턴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손으로 만든 것을 선호하고, 문화적인 소비에 인색하지 않은 분위기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마켓을 즐긴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곳 예술시장에도 마카롱이나 쿠키, 잼, 과일 말림 같은 디저트 종류들도 눈에 띈다.

“전 베이킹 관련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디저트를 좋아했는데,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건강하게 만들어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죠. 여기 호두나 흑임자 같은 재료는 제가 직접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운 재료예요. 방부제, 화학첨가물은 넣지 않고 천연색소에 설탕 함량도 줄여서 만들고 있죠.” 신율희 씨는 다양한 종류의 마카롱이나 타르트, 흑임자 컵케이크, 호두바나나 컵케이크 등을 판매했는데, 이날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가장 먼저 완판을 기록했다. 루돌프, 산타, 천사, 진저브레드맨 모양의 디저트들이 특히 인기였다고 한다.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이현정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마켓’은 평일에 진행했음에도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아무래도 연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나 소중한 이들에게 전할 선물을 장만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은 듯싶다.

“제가 일러스트 디자인 엽서나 카드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특히 크리스마스 카드가 예쁜 게 너무 많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막 다 써주고 싶어요.” 김서경 씨는 세종예술시장 소소를 작년부터 즐겨 찾았다는데, 이렇게 겨울에 시내에서 따뜻하게 진행하는 크리스마스마켓도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어느 해보다 혹독하다는 연말이지만, 가족과 소중한 친구들과의 다정한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담은 카드 한 장, 정성을 담아 준비한 작은 선물이 소중한 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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