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도심 속 비밀의 정원, 홍릉수목원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6.11.24. 10:30

수정일 2017.03.21. 15:36

조회 5,584

찬란한 가을 단풍 숲길을 지나 홍릉터에 오르는 길

찬란한 가을 단풍 숲길을 지나 홍릉터에 오르는 길

호호의 유쾌한 여행 (20) 동대문구 홍릉수목원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서울 근교에서 인기가 많은 광릉수목원 못지않은 깊은 숲의 정취에 빠져들게 됩니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쉬어갈 힐링숲이 서울 한복판에 있어 감사한 마음까지 갖게 되는 곳. 바로 홍릉수목원으로 떠납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서 국립산림과학원으로 향하는 길, 주변은 벌써 녹음과 숲의 향기로 가득 채워집니다. 1922년 서울 홍릉에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조성된 홍릉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수목원입니다. 아픈 역사적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왕비인 명성황후가 을미년에 일본인 자객에 의해 시해 당한 후 이 곳에 22년간 묻혀있었습니다. 수목원은 명성황후의 무덤, 홍릉(洪陵)에서 이름이 유래됐지만, 능은 1919년 고종황제 승하 후 경기도 남양주로 이장, 합장되어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부속 홍릉수목원 입구

국립산림과학원 부속 홍릉수목원 입구

약 13만여 평의 홍릉수목원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로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딱 적당합니다. 전체 코스를 직진으로만 돌면 40분 정도면 됩니다. 그러나 나무 하나하나 달린 명찰도 들여다보고 산림박물관인 산림과학관도 둘러보다 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납니다. 가는 곳마다 나무 벤치와 그루터기 같은 휴식 공간은 길손에게 잠시 쉬어가라며 넉넉한 자리를 내어줍니다.

쭉쭉 뻗은 침엽수 산책길, 제1수목원

쭉쭉 뻗은 침엽수 산책길, 제1수목원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맨 먼저 제1수목원(침엽수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습지에 잘 견딜 수 있는 낙우송, 구상나무 등 침엽수가 즐비해 있습니다. 수목원 내에서도 가장 크고 쭉쭉 뻗은 수형들이 자리하고 있어 기분 좋게 걷기 좋은 힐링 산책길입니다. 이따금씩 갈래 길을 만나며 어느 쪽으로 갈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길 끝에는 산림박물관으로 불리는 국립산림과학관이 보입니다.

숲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국립산림과학관

숲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국립산림과학관

국립산림과학관 1층에는 굵은 소나무를 잘라 지붕을 얹은 너와집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창문 틈 사이로 내부를 구경하느라 분주해집니다. 여타의 박물관이나 과학관에 비하면 조금은 소박한 산림과학관은 숲의 이야기만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산불의 위험함도 깨닫고 아이들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1층 특별전시실에는 다양한 목재로 만든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과학관을 둘러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도 연결됩니다.

자연 속에서 신이난 아이들의 청정 놀이터

자연 속에서 신이난 아이들의 청정 놀이터

밀레니엄 동산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포장된 탁 트인 길을 올라가니 아이들끼리 낙엽을 쌓고 그 위에서 뒹굴고 놀이가 한창입니다. 자연만큼 변화무쌍하고 따뜻한 놀이터가 또 있을까요. 서울에서 수목이 가장 잘 관리된 곳인 만큼 낙엽들 역시 청정자연물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부터 홍릉터와 숲속여행길이 시작돼 울퉁불퉁한 흙 길과 낮은 언덕길, 나무계단길이 이어집니다. 꼭꼭 감춰둔 비밀의 정원처럼 알록달록한 가을단풍도 더 선명하게 반짝입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홍릉터는 한 번씩 꼭 들리는 코스입니다. 고종황제가 갈증이 나서 목을 축였다는 어정, 임금의 우물을 지나 단풍 언덕길을 오르면 됩니다. 작은 표석과 안내판만이 이곳에 능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명성황후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잠시 홍릉터보다 앞에 붉은 단풍나무가 시선을 빼앗아갑니다. 이곳에 어떤 이유로 수목원 내에서 가장 화려한 단풍나무와 소나무, 칠엽수 등이 심어져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깊은 숲길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깊은 숲길

홍릉터를 지나면 생명의 에너지가 전해지는 숲길이 홍릉숲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연인끼리 손잡고 걷기 좋고 혼자서도 조용히 사색을 하기에 좋은 길입니다. 화려한 조경수원까지 볼 수 있으며 많이 높지 않아 걷는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홍릉숲에는 총 157과 2,035종의 식물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나무를 꼽으라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백살이 훌쩍 넘은 멋진 소나무 ‘반송’을 들 수 있습니다. 1892년생인 반송은 홍릉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가장 멋진 나무로 통합니다. 반송의 기개는 찬찬히 둘러볼수록 더 시선을 끕니다.

나무벤치와 그루터기로 넉넉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홍릉숲

나무벤치와 그루터기로 넉넉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홍릉숲

아름다운 가을 단풍은 찬란한 절정이 지나고 울창한 숲도 성성한 빈틈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2시간 여 동안 홍릉수목원을 천천히 돌고 나니 생기 넘칠 이곳의 봄이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명찰들에 있던 생소한 식물들이 만개하는 시기에 다시 찾아오게 될 것 같습니다. 겨울을 맞이하기 전 감미로운 숲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홍릉수목원으로 떠나보세요. 주말에 두 차례 숲해설도 진행합니다.

조금 더 서울 역사여행을 하고 싶다면 홍릉숲 정문 바로 건너편의 세종대왕기념관과 그 옆에 있는 영휘원까지 함께 들러볼 만합니다. 고종황제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 씨의 묘(영휘원)와 엄 씨의 손자로 생후 9개월 만에 죽은 이진의 묘(숭인원)가 있는 곳입니다.

■ 여행정보
○ 홍릉수목원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회기로 57 국립산림과학관 | 02-961-2551
 - 입장료 : 무료
 - 관람시간 : 토, 일요일 10:00 ~ 16:00 겨울철(11월~2월) | 10:00 ~ 17:00 여름철(3월~10월)
  * 평일에는 단체관람 예약제 시행 중(www.kfri.go.kr)
 - 무료 숲해설 :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0ㅅ30분, 오후 2시 (산림과학관 앞)
 - 추천코스 : 천년의 숲길 -> 황후의 길 -> 숲속여행길 -> 천장마루길 -> 문배나무길
 - 주차시설 : 장애인 외 주차 불가. 대중교통 이용 권장.
 - 주의사항 : 애완동물 동반 불가,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흡연 및 식물채집 불가, 식물보호구역이므로 돗자리, 삼각대, 외발대 사용불가.
○ 주변 가볼만한 곳 : 세종대왕기념관, 영휘원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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