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환경공원 속 숨은 메타세쿼이아길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6.11.17. 17:13

수정일 2016.11.17. 17:13

조회 3,899

서남환경공원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박분

서남환경공원의 메타세쿼이아 숲길

서울 강서구 방화동 서남물재생센터 후문 앞 도로를 따라 걷노라면 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된다. 숲은 경사진 언덕을 이루며 서남물재생센터 후문 쪽 울타리를 따라 1km 정도 이어지는데 언덕 위 울창한 나무숲과 언덕 아래 조성된 공원을 포함한 이곳은 ‘서남환경공원’으로 불린다.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물재생센터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잡풀로 우거진 초지나 다름없던 곳을 새롭게 만든 공원이다.

오른쪽은 단풍이, 왼쪽은 침엽수림이 대조를 이루는 길. 푸른 숲 쪽이 서남환경공원이다. ⓒ박분

오른쪽은 단풍이, 왼쪽은 침엽수림이 대조를 이루는 길. 푸른 숲 쪽이 서남환경공원이다.

서남환경공원의 수종은 스트로브잣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침엽수가 많아 늦가을이 오도록 청청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울긋불긋 단풍지는 가을,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푸른 침엽수, 다른 한쪽은 단풍이 든 활엽수로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음도 볼거리다. 스트로브잣나무가 빽빽이 도열한 쪽이 서남환경공원이다. 평탄한 언덕길에 나무들을 많이 심어 산책하기에 좋고 산책로 끄트머리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숲을 이뤄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임은 물론이고 서울시가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산길이 아닌 언덕 위의 숲길이라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아름드리 양버즘나무가 이중 삼중으로 쭉 늘어선 것으로 보나, 한여름엔 귀 따가울 정도의 매미소리로 보아도 이곳이 이미 오래 전부터 숲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은 아늑하다 못해 사방이 어둑할 정도다.

서남환경공원 내 습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나무데크 ⓒ박분

서남환경공원 내 습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나무데크

공원으로 들어서면 덩굴식물이 둥지를 튼 철조형물이 열을 지어 깍듯한 자세로 반기는 듯하다. 서남물재생센터 울타리 밖 초지를 따라 길게 조성된 이곳은 습지(연못)를 함께 품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걸으면 보여줄 게 많아 더욱 좋은 곳이다. 갈대와 억새, 들국화 등 가을꽃들이 만발한 습지엔 나무데크가 있어 수중식물과 곤충들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가 흐느적대고 한가로이 수초 사이를 비집고 노는 흰뺨검둥오리는 인기척에도 수로가에서 노닌다. 핫도그처럼 핀 부들꽃, 떼 지어 다니는 송사리와 수면 위로 올라와 숨 쉬고 들어가는 금붕어 등등 볼 게 참 많다. 분수대와 어린이놀이터, 정자 그늘막이 군데군데 있어 쉼터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원 곳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가을꽃(좌), 풋살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우)ⓒ박분

공원 곳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가을꽃(좌), 풋살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우)

풋살장을 비롯해 게이트볼장, 체력단련 기구, 발바닥 지압보도, 어린이 놀이터 등 운동시설도 갖추고 있어 건강을 다지기에 그만이다. 체육시설이 많은 만큼 이곳에는 삼삼오오 어울려 풋살을 즐기거나 게이트볼에 푹 빠진 어르신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서남환경공원의 백미는 두말할 것 없이 메타세쿼이아 빽빽한 숲길이다. 도로 건너 치현산의 꿩고갯길과 이어져 강서둘레길 구간에도 속한다. 기다란 무명천 두 폭을 깔아놓은 듯 폭 3미터 간격의 2차선의 흙길은 여느 길보다 유독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다. 동네 작은 공원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다니! 가을이 깊도록 아직 푸르름을 잃지 않은 청청함이 신비롭다. 오색 단풍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기세등등하게 쭉쭉 뻗은 키다리 메타세쿼이아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한 뼘 하늘이 보일락 말락, 남이섬 못잖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의 낭만을 동네 공원을 통해 지근거리에서 맛볼 수 있음이 행복하다.

흙먼지로부터 인근 주민을 보호해주는 방패 같은 고마운 나무들 ⓒ박분

흙먼지로부터 인근 주민을 보호해주는 방패 같은 고마운 나무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원 바깥인 도로로 나서면 상황은 확 바뀐다. 개화나들목이 인접한 이곳은 올림픽도로와도 연결돼 교통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건축폐기물 처리장, 고물상, 골재 컨테이너 야적장 등이 들어서 있어 대형차량들로 인한 먼지와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곡지구 개발로 수시로 오가는 공사 차량의 흙먼지를 흡수하는 방풍림과 같은 구실을 해내는 통에 도로에 인접한 나무들은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다. 인근 주민들에겐 큰 방패가 되는 나무들이 아닐 수 없다. 쉼 없이 대형 화물트럭이 도로를 쌩쌩 질주할 때마다 대신해 먼지와 소음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다. 앞으로 서남물재생센터가 지하화 되고 지상 부지에는 생태체육공원이 조성된다고 한다. 이곳 지역민들의 바람처럼 주변 환경이 개선될 희소식도 함께 들리길 나무들도 목을 빼고 기다릴 것 같다.

서남환경공원 가까이 있는 개화나들목(차도)과 정곡나들목(인도)을 지나면 시원한 강바람을 쐴 수 있는 한강에 다다른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서남환경공원은 서남물재생센터 후문 앞 진입 외에도 서광아파트 방향, 옹기골근린공원 방향, 방화2단지 APT 방향 등 표지판을 따라 오름 계단이 있어 어디에서든 접근이 용이하다. 이곳에 오려면 전철 5호선 방화역 1,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07번)를 타고 종점인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내려 서남물재생센터 방향으로 50m 정도 거슬러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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