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나기 전에…‘청계천 물억새 산책길’
발행일 2016.11.15. 18:07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원로가수 고복수 선생이 부른 ‘짝사랑’이라는 유행가의 첫 소절이다. 으악새가 슬프게 울어대는 것을 보며 벌써 가을이 온 것 아니냐는 심경을 담고 있는 가사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애창하는 사람들조차 ‘으악새’가 어떤 새인지 잘 모른다. 어떤 사람은 ‘억새’의 경기방언 ‘으악새’의 마찰음을 표현한 것이라 설명하나, 정작 이 곡의 작사가는 뒷동산에 올라가니 멀리서 ‘으악으악’ 우는 새소리가 들려 붙인 이름이라 한다. 실제로 평안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왜가리’를 ‘으악새’라 부르고 있어 설득력이 더해진다.
깊어가는 늦가을, 때마침 서울도심 한가운데에서 ‘억새’와 ‘왜가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산책길이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기자가 찾아가 보았다. 바로 11월 11일부터 개방된 청계천 ‘물억새 산책길’이다.
청계천 ‘물억새 산책길’은 서울시설공단이 청계천 하류 마장2교~용답역 구간 내 철새보호구역에 만든 산책길로, 폭 1.2~1.5m, 길이 400m 규모의 숲 속 오솔길이다. 겨울철새가 본격적으로 찾아들기 전인 12월 10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용두역(동대문구청) 4번출구를 나와 고산자교 아래쪽으로 5분 정도 걷거나, 지하철 2호선 용답역에서 내려 청계천 방향으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의 키보다 높은 물억새 숲, 폭신폭신한 흙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편안하다. 두 사람이 손잡고 걷기에도 넉넉하고,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스치는 물억새의 마찰음이 화음을 만들어 장관을 이룬다. 늦가을의 애잔함에 가슴마저 저려온다. 오솔길 여기저기에 매달려 돌아가는 청홍색 바람개비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억새밭에 생태길을 조성한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네요. 모처럼 친구를 만나 오솔길을 걸으니 초등학교 때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마장동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의 들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진작가는 카메라 앵글 맞추기에 정신이 없다. 왜가리, 청둥오리, 고방오리의 여유로운 모습이 물억새 틈 사이로 스치듯 보인다. 청계천 징검다리로 내려서면 잉어, 피라미 등 물고기 관찰도 가능하다.
‘물억새 산책길’ 조성 아이디어를 낸 청계천관리처 강현구 생태팀장은 “가을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도심 속에서 편리하게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생태길을 만들게 되었다”며 “많은 시민들이 놀러와 물억새와 함께 청계천의 가을 추억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젠가 고향 가는 길목에서, 길가 도랑을 따라 줄지어 피어난 하얀 꽃 물억새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면 가장 매혹적인 고향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억새 산책길’ 방문을 계획한다면 ‘청계천 생태학교’에서 진행되는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생태학교는 산책길에서 고산자교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된다. 도심 속 자연을 느끼며 야외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있다.
다가오는 내년 1~2월에는 겨울철새 관찰 프로그램 ‘철새야! 안녕’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개인 및 가족단위는 물론 단체 참여도 가능하며,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필요시 생태해설사 지원도 가능하고, 인근에는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이 위치해 있으니 함께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은 1960~70년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품들로 속이 꽉 차 있어 5060세대의 추억여행지로는 이만한 곳도 흔치 않다.(☞ 응답하라! 이번엔 1960-1970년대)
빨간 단풍나무, 노란 은행나무… 농익은 가을색이 하나둘씩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늦가을. 바쁜 일상으로 미처 가을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은백색 물억새 꽃이 만개한 ‘청계천 산책길’로의 나들이를 강력 추천한다. 친구와도 좋고 가족나들이면 더욱 좋다. 서울도심 한가운데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물억새 소리를 들으며, 만추(晩秋)의 정취를 느껴본다는 건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색다른 매력이 될 것이다.
■ 청계천 ‘물억새 산책길’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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