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직접 기획한 '시민청 작은 결혼식'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11.15. 17:46

수정일 2016.11.29. 11:30

조회 1,191

시민기획단이 직접 기획하고, 실제 예비부부가 참가해 시연한 시민청 작은 결혼식. ⓒ시민청

시민기획단이 직접 기획하고, 실제 예비부부가 참가해 시연한 시민청 작은 결혼식.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0)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는 '작은 결혼식'

셀프웨딩, 스몰웨딩, 하우스웨딩이 대세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시작으로 친환경 결혼식, 밀밭결혼식, 숲속 결혼식, 갤러리웨딩, 마을결혼식, 골목결혼식, 토크콘서트 결혼식 등 두 사람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허례허식은 빼고 개성을 더한 결혼식이 인기다.

하지만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고, 어디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선뜻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작고 뜻깊은 결혼' 준비에서부터 예식 진행까지 실제 예비부부들이 필요로 하는 실속 정보를 모아놓은 '2016 시민청 작은 결혼 페스티벌'이 서울 시민청에서 열렸다. 그 동안 '시민기획단'으로 시민청 운영에 참여해온 시민들이 직접 기획한 것이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주는 행사였다.

전시, 체험, 상담 등 작은 결혼식을 위한 실속 정보를 모아놓은 `시민청 작은 결혼 페스티벌` 현장 ⓒ시민청

전시, 체험, 상담 등 작은 결혼식을 위한 실속 정보를 모아놓은 `시민청 작은 결혼 페스티벌` 현장

작고 뜻깊은 결혼식은 이렇게~

지난 10월 30일,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서는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시민청 결혼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작고 뜻깊은 결혼 사례와 정보를 찾아 알리고, 예비부부 교육이나 결혼 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온 시민들이 직접 준비한 시연 예식이었다. 시민청 시민기획단으로 함께하며 지난 3년여 간의 경험에서 우러난 기획이라 그런지, 작고 뜻깊은 결혼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민기획단이 직접 기획해서 꾸민 사례 결혼식의 버진로드(좌)와 신부대기실(우)  ⓒ시민청

시민기획단이 직접 기획해서 꾸민 사례 결혼식의 버진로드(좌)와 신부대기실(우)

버진로드부터 하객들이 자리한 테이블까지 순백의 공간에는 꽃과 초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포토존으로 꾸며둔 신부대기실과 식장 뒤쪽에 놓인 음료 바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드리워져 있고, 은은한 조명 아래 초와 전구로 분위기를 낸 식장 안은 마치 가을 밤 숲의 맑은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결혼식 콘셉트를 잡기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려고 했어요. 그 자리에서 예비부부 두 사람의 취미나 취향, 생각을 읽을 수 있었는데, 두 사람이 서로 상반되는 면도 있었지만, 공통되는 부분을 찾아 ‘자연’과 ‘밤’이라는 콘셉트를 끌어낼 수 있었죠."

시연 예식을 기획하고 준비한 시민기획단 최영애 씨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다. 결혼과 결혼 생활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며 하나의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 결혼이라면, 그런 생각들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축복받는 자리가 바로 결혼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식 전 시민기획단이 함께 시민청 태평홀을 꾸미고 있다. ⓒ시민청

결혼식 전 시민기획단이 함께 시민청 태평홀을 꾸미고 있다.

시연 예식은 기획에서부터 콘티를 짜고 큐시트를 만들고, 반주음악이나 각종 소품을 준비하고, 결혼식장을 꾸미고, 실제 결혼식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것까지 모두 시민기획단이 직접 했다고 한다. 하객 테이블 위를 장식하고 있는 화분과 초는 답례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초도 하나하나 직접 만든 것이라 한다. 그야말로 셀프웨딩의 면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예식이었다.

이번 시연 예식은 실제 결혼을 앞둔 부부가 신랑 신부가 되고, 하객 또한 예비부부들이 참여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시민청 결혼식 신청은 했지만,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 보면서 막연하게 그려보고 있었는데, 시연 결혼식을 직접 보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오늘 결혼식이 '12시 숲속' 이렇게 콘셉트를 잡았던데, 고정된 식장 이미지가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 공간이나 시간대 등을 먼저 생각하고 그걸 콘셉트로 잡아서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원지을 씨는 2017년 6월 이곳 시민청 태평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시연 결혼식의 웨딩콘서트  ⓒ시민청

시연 결혼식의 웨딩콘서트

오감으로 느끼고 배우고 나누는, 작고 뜻깊은 결혼 문화 '작은 결혼 페스티벌'

시민청 결혼식 사례 예식은 '2016 시민청 작은 결혼 페스티벌' 중 하나로 진행된 체험행사였다. 작은 결혼 페스티벌은 지난 10월 26일, 시민청 결혼식 준비부터 실제 예식까지의 전 과정과 서울시내 공공기관 예식장 및 예비부부교육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전시'로 그 문을 열었다.

부케, 청첩장 등 직접 결혼소품을 만드는 체험코너(좌), 부부가치를 생각해보는 `마음혼수`코너(우)  ⓒ시민청

부케, 청첩장 등 직접 결혼소품을 만드는 체험코너(좌), 부부가치를 생각해보는 `마음혼수`코너(우)

모두 시민기획단이 기획하고 준비했다는데, 전시와 체험, 웨딩콘서트, 작고 뜻깊은 결혼 컨설팅 상담, 사례 결혼식 시연, 정책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결혼문화를 알리고 함께 체험하며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특히 부케, 꽃반지, 청첩장, 답례화분 등 결혼소품 만들기 체험이 인기였는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키워드를 찾는 ‘마음 혼수 : 부부가치 같이 찾기’ 프로그램도 실제 예비부부들에게 의미 있는 체험이 되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꼭 한번은 함께 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작은 결혼 페스티벌'은 올해로 3년째 시민기획단 동행분과에서 준비한 행사다. 해마다 풍성해지는 느낌인데, 올해는 건강가족지원센터의 재무상담 등 여성가족정책실도 함께 참여했다. 특히 작고 뜻깊은 결혼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결혼문화 정책 카페'도 열려, 의미를 더했다. 향후 서울시 정책으로 어떻게 담겨질지 사뭇 기대된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서울시민청을 중심으로 작고 뜻깊은 결혼 문화를 알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젠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저 보다 많은 공간을 개방하는 것을 넘어, 실제 예비부부들이 어려움 없이 선택하고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와 같은 시민들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탁상행정이 아닌, 크고 작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보다 앞선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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