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곧 그 사람이다

강원국

Visit1,409 Date2016.11.14 16:09

화일ⓒ강소라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5) 잘 살아야 잘 쓴다 – 진정성 있는 글의 조건

글을 왜 쓰는가?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논리이다.
흔히 설득력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그럴싸한 것이다.
개연성이 있고 납득이 되는 것이다.
논리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정의, 비교, 대조, 구분, 예시, 인용, 비유 등을 사용한다.
이런 도구를 동원해서 논리를 만든다.

두 번째는,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다.
내 글을 읽고 분노하게 할 것인지, 슬프게 할 것인지, 웃게 할 것인지, 그립게 할 것인지 등등.
또한 내 글을 읽은 사람을 어떤 상태로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다.
사랑하고 싶게 만들 것인지, 먹고 싶게 만들 것인지, 읽고 싶게 만들 것인지, 떠나고 싶게 만들 것인지 등등.
어떤 느낌을 들게 하고, 어떤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느낌에 빠져들고 그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 자체가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보낸 편지에는 누구나 빠져든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엄마가 다섯 살 배기 딸에게 쓴 글은 모두를 감동시킨다.
바로 진정성이다.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초청장)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기소개서)
‘새해에는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연하장)
‘부족한 저에게 주는 채찍으로 알고’ (수상 소감)
‘예습복습 열심히 하고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수석합격 비결)
진정성이 느껴지는가.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이해가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용이성이다.
쉬우면 이해가 된다.

납득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개연성이다.
그럴 듯하면 납득이 된다.

설득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거짓이 없고 바르면 설득이 된다.

감동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으면 감동한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려면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타자를 사랑해야 한다.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남에게 뭔가 도움을 주려고 썼을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글이 된다.

흔히 하는 착각
독자는 진정성과 표현력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글을 평가한다.
진정성은 솔직함과 진실함이다.
이는 감성을 자극하고 의미를 일깨운다.
많이 아는 것과는 관계없다.
감동은 여기서 나온다.

표현력은 문장력과 논리력이다.
문장이 깔끔하고 구성이 체계적이다.
소위 글을 잘 쓰는 역량이다.

글은 네 부류로 나눌 수 있으며, 독자 반응은 각기 다르다.
1. 진정성(O) + 표현력(O) = 닮고 싶다. 빠져든다.
2. 진정성(O) + 표현력(X) = 연민을 느낀다. 봐준다.
3. 진정성(X) + 표현력(O) = 시샘한다. 외면한다.
4. 진정성(X) + 표현력(X) = 분노한다. 떠난다.
1번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4번은 최악이다.
3번 보다는 2번이 낫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2번 보다 3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진정성은 잘 살기에서 나와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할 때다.
어느 직원이 보고서를 들고 내 자리로 오고 있다.
나는 그 직원이 보고하기 전에 이미 결정한다.
보고 내용을 받아들일지 말지.
그래선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합리화한다.
평소 나는 그 직원을 유심히 봐 왔기 때문에 잘 안다.
그 사람이 작성했으면 그 내용이 어떠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글은 내용 보다 글 쓴 사람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누가 썼는지가 책의 구매동기를 좌우한다.
누구 말인지에 따라 말의 가치가 달라진다.
하루 이틀 쓴 보고서보다는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이 더 정확하다.
보고서 내용보다 사람을 믿는 게 맞다.

“잘 살아야 잘 쓴다.”
글에는 쓴 사람의 인품이 배어있다.
배려심이 있는지, 공감능력과 감수성은 어느 수준인지, 신념은 투철한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얼마나 큰지.

글의 스타일에 나타나고, 독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나타나고,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가식적이라는 것까지 드러난다.
가끔 한두 꼭지 글에서는 속일 수도 있지만 전체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잘 살아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이 곧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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