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아름답게 ‘닉 나이트’ 사진전

시민기자 고륜형

발행일 2016.11.14. 10:07

수정일 2016.11.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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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가 서울시 중구 대림미술관에서 내년 3월까지 열린다. ⓒ고륜형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가 서울시 중구 대림미술관에서 내년 3월까지 열린다.

깊어가는 가을바람이 거리의 낙엽을 몰고 가던 지난 11월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림 미술관 사진전. 삼삼오오 호기심 어린 눈빛의 탐방객들이 모여든다. 교사, 학생, 연인, 친구…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지만 공통점이 느껴진다. 스킨헤드와 빨간 원색으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사진전 포스터에서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 ‘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도발적인 문구에 빨려든다. 사직 작가 닉 나이트의 생애를 보여주는 듯한 포스터 그림들이 탐방객의 발길을 자연스레 미술관 안으로 이끈다.

섹션1-스킨헤드(SKINHEAD) `Nicky Crane and friend, Goulston Street`, `Nicky Crane Goulston Street`(좌) 섹션2-초상사진(PORTRAIT) `Lady Amanda Harlech`, `Lady Gaga`(우)

섹션1-스킨헤드(SKINHEAD) `Nicky Crane and friend, Goulston Street`, `Nicky Crane Goulston Street`(좌) 섹션2-초상사진(PORTRAIT) `Lady Amanda Harlech`, `Lady Gaga`(우)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 사진전은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스킨헤드(SKINHEAD)’. 스킨헤드는 영국의 노동자 계층 청년을 일컫는 용어로, 닉 나이트는 1980년대 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자유롭고 거친 힘이 뿜어져 나오는 문화에 빠져들었다. 음악과 패션 등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거침없는 감정 표현에 포로가 됐다. 닉 나이트는 그들을 사진에 담으면서 전문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두 번째는 ‘초상화(PORTRAIT)’이다. 레이디 가가, 나오미 켐벨 등 스타들의 초상화다. 그런데, 기존과 다르다. 정적인 분위기의 고전적인 촬영 방식에서 벗어났다. 인물의 특정 부분, 즉 표정이나 자세 등 하나의 요소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아이디’ 매거진 30주년을 맞아 준비했던 이 초상화 사진전은 닉 나이트의 인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표현방식의 백미다. 그를 세계적 패션 사진작가로 띄워준 은인이다.

세 번째는 ‘디자이너 모노그래프(DESIGNER MONOGRAPHS)’다. 요지 야마모토, 질 샌더스 등 전문적인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해 찍은 사진이다. 기존 패션화보가 여성을 상품화 시켰다면, 이를 거부하고 의상 자체에만 집중한 콘셉트로 갈채를 받았다. 사진의 색감과 명암을 과장해 부각시키는 교차 현상 기법을 활용해 그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섹션4-페인팅 앤 폴리틱스(PAINTING & POLITICS) `Pink Powder`(좌) 및 세션5-`정물화 앤 케이트(STILL LIFE & KATE) `Rose IV`(우)

섹션4-페인팅 앤 폴리틱스(PAINTING & POLITICS) `Pink Powder`(좌) 및 세션5-`정물화 앤 케이트(STILL LIFE & KATE) `Rose IV`(우)

네 번째는 '페인팅 앤 폴리틱스(PAINTING & POLITICS)'다. 사회에서 금기시되거나 소외됐던 장애나 차별, 폭력과 죽음과 같은 가치관을 패션과 연결시킨 사진이다. 비요르크(Bjork)나 핑크 파우더(Pink Powder)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그의 사진들을 보자. 퀸텔 등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패션은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파급력 강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그의 철학이 잘 묻어난다.

다섯 번째는 '정물화 앤 케이트(STILL LIFE & KATE)'다.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무는 이 사진들은 자연의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잉크가 흘러내리도록 특수 용지부터 눈에 들어온다. 수분과 열을 세심하게 조절한 뒤, 색을 덧입혀 그가 상상하는 세상을 나타냈다.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해 2차원 케이트 그림들을 3차원 조각으로 구현해 낸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여섯 번째는 '패션 필름(FASHION FILM)'. 패션 사진들을 영상으로 구현한 섹션이다. 애니메이션과 3D, 비디오 콜라주 등 영상들을 온라인 플랫폼인 ‘쇼 스튜디오’에 실었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과 협업한 결과로 의상이 가진 내러티브를 다각도 프레임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패션 필름은 닉 나이트가 패션을 영상으로 확장시킨 새로운 장르라는 평가를 얻는다.

“나는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믿어야 한다. 그것은 오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누구도 다른 이들이 만든 잣대에 자신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된다.”

`Tatjana Patitz fir Jil Sander, 1992` ⓒ고륜형

`Tatjana Patitz fir Jil Sander, 1992`

패션과 사진, 회화와 영상을 넘어

패션과 사진, 회화와 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닉 나이트는 영국 태생이다. 심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4살 때 “너는 의사가 돼야 해”라는 어머니의 말씀으로 삶이 시작됐다는 그는 대학에서 화학과 생물학을 전공하다 진정한 적성을 찾는다. 바로 사진. 본머스앤폴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한다. 재학 시절 발표한 ‘스킨헤드’로 크게 주목받고 이후 알렉산더 맥퀸, 비요크 등 디자이너들과 손잡는다. 레이디 가가와 케이트 모스, 보그 등 세계적 아티스트와도 사진을 찍었다.

“하나의 영역에만 갇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패션 필름으로 그의 열정을 이어간다.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 고전 회화와 미술, 촬영 테크닉과 영상미학, 그리고 약자를 배려하는 정치적 발언의 패션까지. 그를 빛내는 색깔들로 ‘거침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닉 나이트 사진전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단체 3,000원.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사이, 사진에서 얻는 색다른 감성이 나를 바꿔준다.

※ 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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