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제품으로 만들어본 가을날의 브런치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10.18. 17:11

수정일 2016.10.18. 17:11

조회 1,411

`공정무역 시민대학`이 진행한 요리 워크숍에서 공정무역 브런치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이현정

`공정무역 시민대학`이 진행한 요리 워크숍에서 공정무역 브런치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58) 2016 공정무역 시민대학에서 배우는 '건강한 브런치'

근사한 카페에서의 브런치,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하지만 가격을 보면 사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집에서도 실속 있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재료 또한 건강에도 좋고 세상에도 이로운 공정무역 제품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지난 12일, '2016 공정무역 시민대학’을 찾아가 공정무역의 의의와 가능날의 브런치 요리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달콤한 망고 속에 숨겨진 씁쓸한 비밀?

망고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어도 수확할 생각조차 못하는 저개발 국가의 가난한 농민들. 혹시 게을러서가 아닐까 싶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품삯에도 못 미치는 헐값으로 팔아야 하기에 수확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문맹인데다 오지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운반할 트럭조차 갖고 있지 않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수 부족 원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실제 공정무역을 시작하기 전, 필리핀 소수민족 아에타 원주민들은 산 아랫마을 시장까지 가져가 팔아도 망고 1킬로당 4~5페소(한화로 약 100~120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지역 중간 상인들은 이를 시장에 40페소에 되파는데, 이들은 담합과 속임수로 10배에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며칠 전 서울에서 산 망고 가격이 킬로당 만원선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산 망고 가격 중 단 1%만이 생산자들에게 돌아간단 얘기 아닌가? 커피나 초콜릿과 같은 제품의 판매금액 중 생산농가의 몫은 채 5%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과장은 아니었나 보다.

공정무역 페스티벌 현장에서 망고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뉴스1

공정무역 페스티벌 현장에서 망고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커피나 차, 초콜릿, 설탕, 면화와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생산되고 선진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상품의 경우, 대부분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저개발국가 생산자들은 절대빈곤선(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열악한 노동 여건으로 아동노동, 강제노동, 나아가 인신매매 등에 쉽게 노출된다.

공정무역은 이처럼 경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세계적인 시민운동이자 사업이다. 직거래를 통해 공정한 가격, 생계유지가 가능한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저개발국가 생산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정무역은 5~10%의 공동체 발전기금(프리미엄 보너스)을 제공하며, 생산자 공동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해로운 화학살충제나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짓는 방법을 알리고, 유기재배기술이나 장비를 보급해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상품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차별과 폭력 속에 방치된 여성인권 문제 등 필요로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가정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끔 학용품이나 교복비, 통학버스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자연재해로 손상된 집을 보수하거나 학교를 짓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휴대용 태양열 전구 제공하는 등 생산지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소비자가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정무역 제품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착한 브런치’

"카카오닙스, 요즘 많이들 찾으시는데요. 아로니아, 강황과 함께 세계 3대 항산화 식품으로,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고 하죠? 이 카카오닙스와 건망고는 마지막에 넣어 주세요. 망고는 너무 많이 구우면 식감이 좋지 않더라고요."

지난 12일, '2016 공정무역 시민대학'에서는 '가을날의 브런치' 요리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정무역 시민대학은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가 주최하는 행사로, 공정무역 입문부터, 먹거리정책, 국제개발협력, 인권 등 공정무역에 대한 넓고 깊이 있는 강의가 진행되었다. 총 4주간 진행된 강의에 이어, 공정무역 요리 워크숍이 진행되는데, 브런치 요리 워크숍 이후, 더치커피, 채식베이킹, 쿠키 만들기 등이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주엔 공정무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폭넓게 말씀을 해주셔서 굉장히 뜻 깊게 강의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공정무역 재료로 브런치를 만들어보니,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시민대학 참가자 유은주 씨는 평소 브런치를 즐기고 좋아한다는데, 이 날 만든 브런치는 무엇보다 건강한 맛이 느껴져 더욱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이 날 요리 워크숍에서는 '건망고 캐슈 그래놀라'와 '캐슈넛 아보카도 스무디'를 직접 만들어보고, 덤으로 '닭가슴살 레드오렌지 샐러드'와 '아보카도 바게트'를 곁들인 브런치 상차림도 배울 수 있었다. 유명 브런치 카페 못지않은 메뉴들이었는데, 간편하게 뚝딱 만들 수 있어 놀라웠다.

친환경 공정무역 제품들이라 해서 혹시나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슬며시 걱정도 됐는데, 은근한 계피향에 고소한 캐슈넛, 살짝살짝 씹히는 재미가 있는 카카오닙스까지 전반적으로 풍미도 좋은 듯싶다.

"친환경적이고, 훨씬 더 깐깐하게 관리되고 좋은 제품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공정무역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품질이나 맛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초콜릿이나 카카오닙스 같은 경우는 제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이 날 요리 워크숍을 맡아 진행한 <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 저자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수지 씨의 설명이다.

참가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평이었는데, 평소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한다는 이동주 씨는 "풍미가 굉장히 좋고, 전반적으로 품질이 괜찮다"고 한다.

맛도 품질도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고, 개발도상국 가난한 소규모 생산자들의 자립도 도울 수 있는 '공정무역'. 이번 주말 아침엔 온 가족이 함께 공정무역 제품을 활용한 브런치를 준비해보자. '공정무역'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덤으로 가족사랑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건망고 캐슈너트 그래놀라 요리법 중 ①번 과정(좌) ④번 과정(우) ⓒ이현정

건망고 캐슈너트 그래놀라 요리법 중 ①번 과정(좌) ④번 과정(우)

 

■ 건강하고 착한 공정무역 브런치 ‘건망고 캐슈너트 그래놀라’ 따라 만들기

‘건망고 캐슈너트 그래놀라’는 사과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함께 담은 후, 메이플 시럽을 살짝 곁들이고 요거트를 부어 먹으면 간편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넉넉히 만들어 두고 먹으면 좋은데, 한숨 식힌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좀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재료(4인 분량) 
압착 귀리 240g, 캐슈너트 130g, 좋아하는 견과류와 카카오닙스 60g, 건망고 60g, 메이플시럽 1/2컵, 올리브오일 3큰술, 황설탕 1큰술, 시나몬파우더 1/2큰술, 소금 한 꼬집

○ 만드는 법

① 캐슈너트와 견과류는 도마 위에 두고 칼로 큼직하게 부순다.

②볼에 메이플시럽, 올리브오일, 황설탕, 시나몬파우더를 넣고, 골고루 섞이게 잘 저어준다. (메이플시럽 대신 꿀을 사용해도 된다)

③ 큰 볼에 캐슈너트와 견과류와 압착 귀리를 섞고, ②의 시럽을 부어 골고루 섞어준다.

④ 유산지를 깐 로스팅 팬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③을 놓고 170도의 오븐에 20분 간 굽는다.

⑤ 오븐에서 로스팅 팬을 잠시 꺼내어 내용물을 골고루 섞어주고 15분 간 다시 굽는다. 그 동안 건망고를 먹기 좋게 자른다.

⑥ 오븐에서 로스팅 팬을 꺼내어 먹기 좋게 자른 건망고와 카카오닙스를 넣고 골고루 섞은 뒤 다시 5분 간 더 구워준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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