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삶을 담은 정책, 시민이 직접 만든다
시민기자 박희영, 황두현
발행일 2016.10.14. 15:13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간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가 “시민의 삶과 마음을 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시민과 정책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정책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청년 시민기자들이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아 ▲여기는 시민 시장실 ▲서울 해결책방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민, 청년의 눈으로 집중취재했다. |
[현장1] 정책박람회 ‘여기는 시민 시장실’ -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정책은?
서울광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 10월 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폐지 줍는 어르신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라는 주제로 ‘여기는 시민 시장실’이 진행됐다. 같은 주제로 이날 광진구, 동작구, 성북구, 중랑구 4개 지역에서도 의제 토론이 동시에 이뤄졌다.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일하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18.7%, 일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33%”라며 “일 하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자존감을 높이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노동여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윤기돈 NPO지원센터 프로젝트 매니저가 말문을 열었다. NPO지원센터는 우리동네를 변화시키는 생활의제 프로젝트 ‘함께상상’을 진행하고 있다. 폐지 줍는 어르신의 일상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주제도 그 중 하나이다.
윤기돈 매니저는 “복지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거리에 나가서 폐지를 줍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시 25개구에서 각각 1만여 명 정도는 폐지를 줍고 계실 수도 있다”고 열악한 노인일자리 현실을 들려준다. 전국적으로는 폐지 줍는 노인이 17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서로 폐지 줍는 것 때문에 싸우는 일이 발견되기도 하고, 어떤 어르신은 폐지를 주워 끌어안고 밤을 새는 광경을 보기도 했어요. 아직 관에서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 같아요. 저희가 먼저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동안 생활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걸 발견했어요. 도시계획법에 따라 고물상이 전부 다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잖아요. 어르신들이 폐지 1~2kg를 가지고, 한두 시간씩 고물상을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이른 새벽에 폐지를 주워서 늦은 저녁에 가다보니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인천 내일을여는 집 손재오 시설장의 말이다.
이어 손재오 시설장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지역마다 폐지 줍는 노인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사단법인으로 출발해 현재 협동조합으로 키워 1만2천여 명의 어르신들께 일자리를 알선하고, 150여 명께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중”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인천 ‘내일을여는집’에는 1,350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다. 지역 내 노인을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다 생필품을 지원하며 조합원을 모았다. 대형마트, 교회, 학교 등과 협약을 맺고 폐지를 받아 판매한 수입으로 조합원의 소득 증대를 돕는다.
폐지 줍는 노인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활동가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어르신들이 주워온 폐지를 높은 가격에 사들여 아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소셜 아트 플랫폼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러블리페이퍼는 노인들이 주어온 박스 등의 폐지를 고물상의 10배 가격으로 사들인다. 1kg에 70원인 폐지를 700원에 구입하는 것이다. 재능기부자를 모아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여기에 그림을 그리면 어떻게 될까. 3천원에서 1만원 정도에 팔린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폐지 줍는 노인 돕기에 쓰인다.
“올 초 <주간경향>에서 폐지 줍는 노인 기사를 다뤘는데요.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서울시의 노인복지 관련, 재활용 관련, 시니어 관련 3개 부서가 제각각의 생각만 갖고 일하다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대목입니다. ‘여기는 시민 시장실’ 지금 이 자리는 어떻게 공공정책화 할 수 있을까, 시장에게 직접 제안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행정기관은 칸막이 구조가 있고 각 부서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자기 부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대단히 많거든요. 그 부분을 가장 먼저 해소해야 돼요.” 문성훈 서울시 시민협력팀 주무관이 ‘여기는 시민 시장실’ 토론의 취지를 짚어준다.
그는 이어 “폐지 줍는 노인 문제의 본질은 노인의 빈곤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폐지 줍는 노인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는 것과 노인들이 굳이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중 어떤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정책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문 주문관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과 연계해 ‘고물상 정기적으로 찾아가기’ 아이디어를 내놨다. 고물상에 폐지를 주워오는 노인들 실태를 조사해 복지자원을 투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자는 의견이다. 고물상을 공공화해서 지역 내 복지허브로 만들고 이곳을 찾는 노인에게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발전된 모델도 들려줬다.
이에 대해 소준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과정생은 “고물상이 동주민센터나 사회복지센터에 같이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폐기물 관리법에서 걸리는데, 환경부 혹은 폐기 관련 부서가 아이디어를 같이 짜면 좋겠다”고 공공 고물상에 대한 생각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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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시장실’이라는 프로그램도 이날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반 시민이 서울 시장을 직접 만나 서울의 현안이나 정책 제안을 풀어 놓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광장은 시장실’이 이를 충족시켜 준다. 지난 9월 30일까지 정책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사전등록을 한 시민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민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현장2]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 해결책방(1)’ - 입학금 없는 대학을 상상하다
지난 8일 낮 12시 서울역 광장. 중앙에 가설무대가 높이 서고, 그 앞에 9개의 원탁 테이블이 낮게 머리를 숙였다. 하나둘 모여든 청년들은 적당한 테이블에 삼삼오오 자리 잡았다. ‘청년하다’ 대표 유지훈 씨가 마이크를 잡고,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의 일환인 ‘서울 해결책방’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원탁토론회 주제는 ‘입학금 없는 대학을 상상하라’.
‘입학금’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 중 ‘기타 납부금’을 가리킨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돈인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각 대학별로 거둬들이고 있는 입학금 액수도 천차만별이다.
‘혹시나…’ 하는 불확실성은 전문가 발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사무국장은 발제에서 “지난 2월 입학금과 관련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많은 대학이 협조하지 않았다”며 “입학금 산정 기준이 없거나 불명확했고, 입학금 회계를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아 사용처가 불투명한 문제점을 찾아냈다”고 일침을 놓는다. ‘역시나’였다. 김국장은 “신입생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입학금이 의례적인 부담이 됐고, 이에 대한 투명한 운영을 모색할 때”라고 결론짓는다.
김주호 국장의 발제가 끝나자 봇물 터지듯 청년들 발언이 꼬리를 물었다. ‘청년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익대 김예은 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 입학금이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입학금 폐지 운동하는 걸 보다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입학금 폐지 토론에 거는 기대가 크다” 들려준다.
유지훈 ‘청년하다’ 대표는 “부당한 입학금의 산정 근거도 없고 어떻게 쓰이는지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고려대가 103만원이나 되는데 반해 한국교원대는 0원”이라고 천차만별 실태를 꼬집었다. 유대표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대표는 이어 “학교에서 진행한 입학금 반환 소송이 40일 만에 5,500여 명의 서명자를 확보했다”며 “입학금 문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소송인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민 씨는 “입학금 폐지 소송을 위해 어떻게 하면 소송인단을 더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맞장구쳤다.
참석자들은 입학금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토론하며 입학금 문제 해결 프로젝트 8가지를 도출해 냈다. 이 내용을 서울시 행정 부서에 전달한 다음 답변을 듣고 다시 대안을 내는 식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대학생 토론 동아리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박선아 씨는 “대학생들이 입학금과 관련된 소송인단 활동에 머무는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익적 활동이라는 점을 깨우치게 됐다”고 토론회의 성과를 꼽았다.
[현장3]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서울 해결책방(2)’ -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신촌 연세로를 빠져나오니 인적이 드물다. 홍대로 넘어가는 언덕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다래헌’. 지난 6일 낮 12시부터 하나둘 시민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느 모임과 다른 풍경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턱을 넘자마자 안내 데스크에서 서너개씩 집어드는 황사 마스크. 오늘 모임의 성격이 읽힌다.
‘서울 해결책방’ 행사가 이번에는 우리 사회 주요 현안 중 하나. 미세먼지 해결을 다룬다. 참석한 이들은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시의원 등 직군은 물론 연령층도 다양하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참석자는 진행자가 아닌 가수였다. 녹색당원으로 20대 총선에 출마한 적도 있는 ‘하늘소년’ 김영준 씨다. 미세먼지를 소재로 만든 노래를 들려준 그는 공연을 마친 뒤에도 떠나지 않고 행사에 한자리 차고 앉았다.
본격적인 토론 시간. 토론 주제별로 나뉜 각 테이블마다 진행자와 기록자, 일반시민들이 적당한 인원수대로 모둠을 만들었다.
모둠 수는 ①미세먼지 측정방법과 시민활용 방안 ②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정책 ➂운행경유차 배출가스 줄이기 ④교통량 줄이기 ⑤한중 미세먼지 줄이기 ⑥시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생활 실천방안까지 주제별로 모두 여섯 개.
토론이 부담스럽다는 듯 손사래 치던 시민들은 곧 제각기 열변을 토해냈다. 참석자들은 미세먼지가 너무 만성화돼 도리어 시민들이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세먼지 측정방식을 두고 측정기관의 공신력이 낮다는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국제기준보다 훨씬 높은 관리기준치, 지방마다 측정소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못한 점 등을 예로 들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데 공감을 나타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조선시대 신문고처럼 시민들로부터 직접 듣고 해결책도 찾자는 취지의 서울시 행사인 . 속내를 쏟아놓고 끝나버리는 말잔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아파하는 문제를 풀어주는 정책마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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