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구름정원길'을 강추합니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10.11. 15:13

수정일 2016.10.13. 09:40

조회 1,829

불광역 2번 출구에서 구기터널방향으로 15분 정도 직진하면 `구름정원길` 시작점에 다다른다ⓒ최용수

불광역 2번 출구에서 구기터널방향으로 15분 정도 직진하면 `구름정원길` 시작점에 다다른다

깊어가는 가을, ‘강추’하고 싶은 둘레길이 하나 있다. 서울둘레길의 8-1구간인 ‘구름정원길’이다. 왜냐하면 산행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 이야기거리로 속이 꽉 찬 길이기 때문이다.

구름정원길은 북한산 생태공원 상단에서부터 ‘진관생태다리’까지 전체길이 5.4km의 난이도 중급 코스이다. 쉬엄쉬엄 걷는다면 3시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 불광역 2번 출구를 나와 구기터널 방향으로 직진하면 서울둘레길 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아파트 옆길을 올라가면 서울둘레길 스탬프시설이 나온다. 바로 이곳이 길의 시작점이다.

`불광동`이란 동명이 유래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의 불광사 모습ⓒ최용수

`불광동`이란 동명이 유래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의 불광사 모습

구름정원길이라 알리는 아치문을 지나 몇 계단을 오르면 왼편에 대한불교조계종의 작은 사찰 ‘불광사(佛光寺)’가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지금도 부르고 있는 ‘불광동’이란 행정동명이 바로 이 ‘불광사’에서 유래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태국 왕립 사원 ‘왓벤져’에서 온 부처님 사리 3개가 보존돼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구름정원길의 조망명소인 `하늘전망대`ⓒ최용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구름정원길의 조망명소인 `하늘전망대`

불광사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겨가면 구름정원길의 최고 조망소인 ‘하늘전망대’가 나타난다. 서울 서북도심인 은평구 일대가 손에 잡힐 듯 훤히 내려다보이고,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소나무·잣나무의 진한 향을 실어와 코 안에서 맴돈다. 바로 옆 포토존에서는 가을을 담느라 탐방객들의 카메라 손놀림이 바쁘다. 하늘전망대에서부터는 60여 미터의 구름다리 ‘스카이워크’가 계곡 위로 뻗어있다. 암반 위에 기둥을 박고 나무 데크로 만든 스카이워크, 마치 구름정원 위를 산책하는 듯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인 `스카이워크` 모습ⓒ최용수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인 `스카이워크` 모습

스카이워크를 지나 서쪽으로 30여분 더 가면 ‘수레(정진)공원’에 이른다. 갖가지 야생화와 수목들로 가꾼 공원, 저마다의 예쁜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수목원인양 착각마저 든다.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었다 가는 장소이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면 북한산 계곡 초입에 종(鍾) 탑(塔) 하나가 보인다. 대한불교태교종 산하의 ‘불광사’이다. 구름정원길 시작점의 ‘불광사’와 구별하기 위해 ‘웃산 불광사’라 불린다고 한다. 북한산의 향로봉·비봉·족두리봉으로의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수레공원에서 불광중학교 뒷산을 거쳐 ‘선림사탐방지원센터’까지 약 1.2km 구간은 ‘울긋불긋 단풍길, 걷기 편한 흙길, 안전한 나무 계단길’로 이어진다. 애기똥풀꽃, 기린꽃, 애기나리꽃, 칡 등 탐방로 주변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싱그러운 향내를 맡으며 가을을 즐길 수 잇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다보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청기와지붕이 내려다보인다. 대한불교선교종 산하의 ‘선림사(禪林寺)’이다. 선림(禪林)이란 깨달음의 숲이라는 뜻으로 산사의 고요함은 탐방객들에게 깨달음과 치유를 선물한다. 선교종 법왕 서경보 스님의 ‘남북통일기원 시비(詩碑)’가 남아있다.

대한불교선교종 산하의 선림사가 보이고 입구에는 서울둘레길 스탬프 시설이 설치돼 있다ⓒ최용수

대한불교선교종 산하의 선림사가 보이고 입구에는 서울둘레길 스탬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선림사를 지나면 억새꽃이 만발한 ‘기자촌전망대’에 다다른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쾌청한 가을, 일렁이는 억새꽃을 보니 대중가요 한 소절이 흥얼거려진다. 너도 나도 인증샷을 위해 경쟁하는 사진촬영 명소이다. 기자촌전망대에 서면 기자촌과 진관내·외동 일대가 훤히 내려보인다. ‘기자촌’이란 특이한 지명은 어디서 온 걸까? 1969년 한국기자협회에서 국유지를 매입해 1974년까지 420여 세대의 기자들이 거주하게 되자, 인근 주민들이 ‘기자촌’이라 부른 데서 얻은 이름이라 한다. 2006년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면서 흔적도 없지만 현재도 ‘기자촌’이란 지명만은 그 사연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은평구에서는 기자촌 옛터에 한국언론기념관과 문인마을을 세워 문학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자촌 전망대의 억새꽃밭은 가을탐방객들의 사진 촬영명소다ⓒ최용수

기자촌 전망대의 억새꽃밭은 가을탐방객들의 사진 촬영명소다

기자촌 전망대를 지나 구름정원길의 북쪽 끝자락을 향해 트레킹을 계속했다. 울창한 탐방로 주변에는 조선시대의 이름 모를 문인석과 상석들이 널 부러져 있다. 귀중한 문화유산이 방치된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중에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내시부 상약 신공(申公) 묘역’도 눈에 띈다. ‘상약(尙藥)’이란 환관 중에서 궁중에서 쓰는 약에 관한 일을 맡은 내시부 종3품직을 일컫는다. 1637년(인조15년) 2월 조성했다는 내용의 묘표(墓標)와 상석, 문인석이 과거를 말해주며 서 있다. 내시와 궁녀의 묘역은 이곳에서부터 구파발역 뒷산 ‘이말산’에까지 넓게 흩어져 있다. ☞ 희귀하다는 궁녀의 묘, 왜 여기에?

구름정원길 북쪽 끝자락에 있는 화의군묘역ⓒ최용수

구름정원길 북쪽 끝자락에 있는 화의군묘역

드디어 구름정원길 탐방의 마침표는 서울시기념물 제24호인 ‘화의군묘역’에서 찍는다. 북서쪽을 향해 누워있는 묘역은 전체면적 265㎡로 맨 위에 화의군 묘가 자리해있고, 그 아래로 화의군의 2남 여성군(驪城君) 번(轓)과 3남 식(軾) 그리고 증손자인 태산군(泰山君) 황(凰)의 묘가 있다. 화의군 이영(1425~1460)은 세종의 서자로서 1433년(세종 15)에 화의군에 봉해졌으며, 세조가 즉위한 뒤에는 단종 복위사건에 연루되어 금산으로 유배되어 사사(賜死)됐다. 일찍이 학문에 조예가 깊어 세종의 한글창제에도 참여했으며, 훈민정음처의 감독관을 지내기도 했다. 왕조를 바로 세우려다 죽임을 당한 비운의 화의군, 한글날을 기념하는 10월, 묘역을 둘러보는 느낌이 색다르다.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고,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확 트인 조망과 역사·문화 이야기거리로 속이 꽉 찬 ‘구름정원길’.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익어가는 가을 속으로 흠뻑 빠져보면 어떨까. 치유가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 구름정원길 가는 길

- 남쪽 : 지하철불광역 2번 출구에서 구기터널 방향 도보 15분

- 북쪽 : 연신내역 3번 출구, 버스 6211, 701 환승, 진관사 입구에서 하차, 도보 15분

○ 서울둘레길 탐방안내센터 : 서울창포원(070-4465-7905~6), 용산(02-779-7904)

○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 : 수유(02-900-8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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