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가을에는 '그림책 한 잔'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6.09.29. 15:29

수정일 2016.09.29. 16:24

조회 1,820

홍대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

홍대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

호호의 유쾌한 여행 (12) 그림책 카페 & 서점 탐방

따뜻한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함께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책입니다. 오랜만에 읽는 글씨 많은 책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진다면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그림책이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고 느껴진다면 오산입니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조화가 훌륭한 종합 예술입니다. 그림책에 수록된 그림만으로도 가치가 높아 전시회를 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글씨 없는 그림책, 그림 없는 그림책이 등장해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른을 위한 그림책 컬렉션이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젊음의 문화로 가득한 홍대에는 그림책 카페 두 곳과 두 곳의 그림책 인디 서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림책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은 그림책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인디 서점에서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독특한 방식으로 큐레이션 된 그림책을 탐험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소개해드리는 그림책 카페와 서점을 전부 돌면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한 권씩 골라도 좋고, 한 군데만 골라 오래도록 그림책의 여운을 느껴도 좋습니다. 관건은 그림책에 마음을 열고, 글과 그림의 조화 속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1. 그림책 카페

그림책 입문자를 위한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서 전시되어 있는 `그림책의 역사 속 아름다운 책 100권`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서 전시되어 있는 `그림책의 역사 속 아름다운 책 100권`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은 그림책 전문 출판사인 보림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카페의 이름은 보림에서 나온 대표 그림책인 류재수 작가의 <노란 우산>에서 따왔습니다. 그림책 <노란 우산>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그림 하나만 보고도 아이도 어른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만듭니다. 그림책 카페도 그림책 <노란 우산>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2층 규모의 카페 내부의 천장에는 그림책에서 모티브를 딴 공룡, 숫자, 동그라미로 장식되어 있고, 편하게 차 한 잔 마시며 훌륭한 그림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 표지가 하나의 그림이 되어 멋진 갤러리 공간이 됩니다.

혹시 그림책은 어린아이나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것’이라는 모토 하에 어른을 타깃으로 하는 그림책 컬렉션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의 즐거움을 아직 잘 모르신다면, 그림책 도시에서 선정한 30년 동안 ‘그림책의 역사 속 아름다운 책 100권’ 중에서 골라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림책 한 권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짧으면 1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습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과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성의 바다에 훌쩍 몸을 던져보세요. 그림과 글. 그리고 그림책을 읽는 내가 하나 될 때 오롯이 전해져오는 가슴 저릿함이 있습니다.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에서는 그림책의 독립 예술로서의 가치와 그림책 읽는 법에 대한 워크숍도 운영합니다. 류재수 작가의 ‘그림책, 보는 기쁨, 갖는 기쁨’ 강연도 이어져 그림책 애호가들을 위한 중심 커뮤니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네 만화방 같은 공간에서 편하게 읽는 그림책 공간 ‘달달한 작당’

달달한 작당에서 가장 인기 많은 벙커 스타일의 좌석

달달한 작당에서 가장 인기 많은 벙커 스타일의 좌석

‘달달한 작당’은 소개해드리는 곳 중 가장 편안하게 그림책을 맘껏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음료 하나를 시키면 1시간 동안 무료로 그림책을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테이블, 좌식 테이블, 벙커 스타일 등등 취향에 맞는 장소를 찾아가는 일도 즐겁습니다.

달달한 작당에는 웬만한 어린이 도서관 보다 더 많은 2,500여권 정도 되는 그림책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은 ㄱㄴㄷ 작가 순으로 배열되어 있어 편리하게 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간은 미로처럼 책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빽빽이 채워져 있는 그림책들은 표지에서부터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살짝 어둑어둑한 실내는 그림책의 그림이 좀 더 돋보일 수 있게 합니다. 편안한 분위기 덕에 어릴 적 즐겨 찾았던 만화방 같기도 합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책들을 두 손 가득 끌어 모아 자리로 가져옵니다.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그림책이 무겁다는 느낌 대신, 뿌듯한 느낌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책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른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소란스러움 대신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달달한 작당에서는 혼자 조용히 라면 먹으면서 그림책 읽는 사람, 그림책 콘셉트를 논의하는 에디터와 작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찾은 엄마 등등 그림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 그림책 인디 서점

일러스트레이터 & 음악 하는 사람의 그림책 컬렉션 ‘베로니카 이펙트’

베로니카 이펙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유승보 대표의 해외 그림책 컬렉션

베로니카 이펙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유승보 대표의 해외 그림책 컬렉션

‘베로니카 이펙트’라는 서점 이름을 듣자마자 떠올린 것은 바로 파올로 코엘류의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입니다. ‘서점 주인이 이 책의 광팬일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며 서점 안으로 들어섭니다.

작은 서점 내부에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그림책과 국내 그림책, 웹툰 작가들의 책과 소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침 제가 베로니카 이펙트를 방문했을 때는 유승보 대표가 학생에게 베이스를 가르치고, 웹툰 작가가 방문해 인사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귓가에는 ‘둠둠’ 소리의 베이스가 울려 퍼지고 어디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독특한 그림책 컬렉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실세계가 아닌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서점 대표는 편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그림책을 읽으라고 권하는데, 도통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책이 읽히지가 않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들면, 그 옆에 있는 책 내용이 궁금해지는 까닭에 엉덩이가 자꾸 들썩들썩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출신답게 해외 그림책은 인쇄 퀄리티를 기준으로 선정하고, 국내 그림책은 내용은 바탕으로 한 취향이 맞는 독립 출판사의 그림책을 선호한다는 주인의 취향도 분명합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베로니카 이펙트 서점 이름은 파올로 코엘류의 소설과는 전혀 무관했습니다. 나비효과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강렬한 취향이 반영된 독특한 그림책을 보는 것은 마치 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기 힘든 독특한 그림책 컬렉션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책 만드는 서점 ‘B PLATFORM’

아티스트북과 그림책을 판매하는 B PLATFORM

아티스트북과 그림책을 판매하는 B PLATFORM

책 만드는 서점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B PLATFORM’은 서점, 갤러리, 워크숍이 가능한 그림책 서점입니다. Beautiful, Beyond, Begin, Basic, Bind, Balance, Book의 뜻을 가진 B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합니다. 손서란 대표와 북 아티스트 김명수 씨가 수집해온 그림책과 아티스트북을 비롯한 작가주의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점은 구석진 골목 3층에 있어서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고 들를 수 있는 곳에 있지도 않습니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고 싶다는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만 열려있는 곳입니다.

B PLATFORM에서는 그림책 작가의 그림을 전시하고, 사인본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종료된 전시지만, 이정호 작가님의 ‘산책’ 전시회에서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그림을 만났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책으로 만든 커다란 우물에 별빛을 풀어둡니다. 별들은 떠다니며 각자의 빛을 발합니다. 별들이 그림 속으로 자꾸 저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시간이 새겨놓은 지혜들’이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표현된 그림을 보며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힐링을 다시 느낍니다.

갤러리는 7~8점 정도의 그림을 겨우 걸 수 있고, 관람객도 최대 세 명 정도밖에 입장이 안 될 정도로 작은 규모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큰 규모의 갤러리에서는 만나기 힘든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 오롯이 느끼는 그림은 온전한 내 것이 됩니다.

B PLATFORM에서는 직접 책을 제작하거나 책을 보다 기능적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다양한 워크숍과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을 가져와 감상을 나누는 '그림책 중독자들의 모임'도 운영 중입니다. 단순한 그림책 서점을 넘어서 종이를 접고 묶고, 페이지를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책에 대한 본질의 의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을이어서 그런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 느껴집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것도 같고,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기도 하고, 까닭 없이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그런 느낌이 들 때 ‘그림책 한 잔’을 처방합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좋은 그림책을 앞에 두고 천천히 읽어보세요. 편안한 마음이 들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 여행정보

○ 노란 우산 : 서울 마포구 독막로 64 / 영업 11:00~22:00 / 문의 02-323-5004
○ 달달한 작당 : 서울 마포구 양화로 23길 22-7 / 영업 12:00~22:30 (명절 당일 휴무) / 문의 02-322-1933
○ 베로니카 이펙트 :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2길 10 / 영업 [월-금] 11:30~21:00 [토] 11:30~21:00 (일요일 휴무) / 문의 02-6273-2748

○ B PLATFORM : 서울 마포구 독막로 2길 22 / 영업 13:00~21:00 (월요일 휴무) / 문의 070-4001-8388

○ 추천 여행 코스 : 그림책카페 노란우산 → 베로니카 이펙트 → B PLATFORM → 달달한 작당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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