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서울둘레길 한 바퀴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09.26. 15:58

수정일 2016.09.26. 15:58

조회 1,065

제3회 도란도란 서울둘레길 정기 걷기 행사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는 참가자들

제3회 도란도란 서울둘레길 정기 걷기 행사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는 참가자들

지난 9월 24일 ‘제3회 도란도란 서울둘레길 정기 걷기 행사’가 서울둘레길 제2코스에서 열렸다. 바쁜 일상에서 휴식이 필요한 도시민들에게 시간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서울의 문화적·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해보게 하는 가을 행사였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서로 손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나’와 ‘우리’의 가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중량캠핑숲에서 출발해서 서울둘레길 제2코스를 걸었다

중량캠핑숲에서 출발해서 서울둘레길 제2코스를 걸었다

출발 행사는 중량캠핑숲에서 진행되었다. 오전 9시가 넘어서자 5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가족, 친구, 연인, 동호인 모임 등 다양하다. 행사장 도착 즉시 접수를 마치고는 소원등(所願燈) 만들기 등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즐긴다. 정각 10시, 행사안내와 함께 체육대학 학생들과 함께하는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충분히 몸 풀기를 한 후 참여자들은 9개의 소그룹이 되어 둘레길 탐방을 시작했다. 오늘의 코스는 서울둘레길 제2코스 중 경관이 빼어난 곳을 선정했다. 중량캠핑숲을 출발하여 망우묘지공원~용마산 헬기장~아차산 보루~아차산 관리사무소에 이르는 약 9km 구간이다.

출발행사장인 ‘중량캠핑숲’은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던 비닐하우스 등을 철거하고, 가족단위 캠핑과 학생 소풍 장소 등으로 꾸민 체험형 생태공원이다. 캠핑숲 외에도 청소년커뮤니티센터, 청소년문화존(zone), 잔디광장, 분수 연못, 산책로 등이 있어 체험과 놀이, 휴식과 산책을 두루 즐길 수 있는 다용도 공원이다.

망우묘지공원에는 다수의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다

망우묘지공원에는 다수의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다

캠핑숲을 출발하여 20여 분 올라가면 선두그룹은 망우묘지공원에 다다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한용운, 오세창, 조제언 등과 방정환, 지석영, 이중섭 등 다수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우거진 숲 속에 쉼터와 약수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 공원이 되었다. 익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공원 산책길을 걷노라면 프랑스 시인 구르몽의 ‘낙엽’이 떠오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용마산 깔딱고개 직전의 쉼터. 오른쪽 빨간 우체통에서 서울둘레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용마산 깔딱고개 직전의 쉼터. 오른쪽 빨간 우체통에서 서울둘레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한 시간 정도 더 이동하니 선두 대오(隊伍)는 용마산 ‘깔딱고개’ 시작점에 도착한다. 빨간우체통의 서울둘레길스탬프시설에서 인증 스탬프를 눌러 찍었다. 그리고는 나무마루 쉼터에서 일행들과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고른다. 이곳부터 용마산 헬기장까지는 570개의 급경사 나무계단이다. 하나 하나 숫자를 세어가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 도착, ‘당신의 수명은 35분 정도 늘었으며, 90kcal를 소비하였다’는 입간판이 반갑게 맞는다. 수명이 35분이나 연장되어서인가, 몸이 가벼워진 듯 모두의 표정이 밝다.

총570계단 깔딱고개를 오르면 만나는 표지판

총570계단 깔딱고개를 오르면 만나는 표지판

참여자들은 용마산 헬기장 부근에 흩어져 점심식사를 했다. 아빠와 함께 참여한 초등생 윤우는 “오늘 산에서 먹는 도시락 맛이 최고~!”라며 아빠의 도시락까지 욕심을 낸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아차산 보루(堡壘)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아차산 보루에 오르니 눈앞에 펼쳐지는 서울 동쪽의 조망이 실로 장관이다. 이래서 삼국시대부터 적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보루를 쌓았나보다.

지금도 아차산 일대에는 고구려가 쌓은 보루 20여 곳이 남아있다. 590년 고구려의 온달장군은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유역을 되찾기 위해 아차산을 공격한다. “잃어버린 땅을 되찾지 못하면 결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출정했지만 화살에 맞아 이곳에서 전사한다. 맹세를 지키지 못해서였을까, 온달의 관(棺)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부인인 평강공주가 내려와 관을 어루만지며 위로하자 비로소 관이 움직여 장례를 치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강유역을 지배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던 전략적 요충지를 걸으니 우리의 역사 속으로 여행하는 느낌이다.

고구려가 건설한 아차산 보루의 모습. 현재 20여 개의 보루가 남아있다

고구려가 건설한 아차산 보루의 모습. 현재 20여 개의 보루가 남아있다

마침내 아차산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행사진행요원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서울둘레길 두번째 스탬프를 찍고나서 만족도 조사에 스티커를 붙였다. 절대다수가 “매우 만족”이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섭렵했다는 등산마니아 K씨(65세)는 “오늘 코스는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가을을 걸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여서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이참에 서울둘레길도 완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아차산 보루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동북부의 모습

아차산 보루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동북부의 모습

서울둘레길은 2014년 11월 157km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총 8개 코스로서 하루 8시간, 15km를 걷는다면 10일이면 완주할 수 있다. 사람을 위한 길, 자연을 위한 길, 산책하는 길,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주제로, 걸으면서 서울의 아름다운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느끼고 배우며 체험할 수 있는 도보 중심의 길이다. 9월 말 현재 11,000여 명이 완주할 정도로 인기 있는 ‘자연의 느림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걷기 코스이다.

둘레길 완공 이후 서울시에서는 ‘다 같이 돌자 서울 한 바퀴’라는 모토 아래 지속적으로 ‘도란도란 걷기행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서울두드림길 홈페이지(gil.seoul.go.kr)나 서울시청 홈페이지(www.seoul.go.kr)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퍼내도 퍼내도 자꾸만 고이는 그리움의 가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여의치 않아 멀리 갈 수 없다면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편리한 서울둘레길 한 바퀴를 이 가을에 강추한다. 경사가 완만한 흙길이 많고 특별히 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 그 속에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이야기가 알토란 같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명품 둘레길이기 때문이다.

■ 서울둘레길 관련 정보

 ○ 사이트 : 서울두드림길 홈페이지(gil.seoul.go.kr), 서울시청 홈페이지(www.seoul.go.kr)

 ○ 안내문의 : 다산 콜 센터 120

 ○ 코스 : 총 8개 코스, 세분화된 21개 소구간 운영 중, 서울둘레길 총 27개 스탬프 시설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완주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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