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사과'를 빼앗긴 늙은 대한민국

최순욱

발행일 2016.09.21. 13:58

수정일 2016.09.21. 15:04

조회 782

청춘의 여신 이둔을 납치해 가는 로키. 1911년 존 바우어의 삽화ⓒWikipedia

청춘의 여신 이둔을 납치해 가는 로키. 1911년 존 바우어의 삽화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45) 청춘의 여신 이둔(Idun)

북유럽 신화에는 이둔(Idun)이라는 청춘의 여신이 나온다. 시의 신 브라기의 아내이기도 한 아름다운 그녀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청춘의 사과’다. 그녀는 항상 바구니에 이 사과를 넣어 다니는데, 신들은 이 사과를 먹기 때문에 결코 늙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다. 아스가르드가 신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 것은 이둔 덕분인 셈이다. 그런데, 언젠가 이둔과 청춘의 사과가 통째로 없어져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오딘과 회니르, 로키가 함께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배가 고파진 이들은 소를 한 마리 잡아서 굽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불을 세게 지펴도 고기가 익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숲 속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소의 절반을 주면 고기를 구워 주겠다는 것이었다. 오딘들은 분통이 터졌지만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자 어디선지 집채만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한 입에 고기를 먹어치우고 날아가 버리려 했다. 요새 말로 ‘먹튀’를 시전하려 한 것이다. 그러자 로키가 나서서 독수리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그 순간 몽둥이는 독수리의 몸통에, 로키의 손은 몽둥이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오딘과 로키, 회니르가 순간 어리둥절한 사이 독수리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로키가 숲의 나무와 절벽에 부딪히게 하면서 날아다니자 로키는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자 독수리는 “이둔과 청춘의 사과를 내게 가져오겠다고 맹세한다면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로키는 술수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맹세를 한 후에야 다른 신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이 독수리는 마법에 정통한 거인 티아지가 변신한 모습이었다. 맹세를 한 로키는 어쩔 수 없이 이둔을 납치해 청춘의 사과와 함께 거인의 땅으로 데려다줬다. 이둔이 납치당하며 청춘의 사과까지 함께 없어지자 항상 젊음을 자랑하던 신들은 급격하게 늙어가기 시작했다. 거인들에게서 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 힘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기 위한 힘도 없었다. 젊은 것이 태어나지는 못하고 모두가 빠르게 늙어가기만 할 뿐이니 신들의 땅에는 어떤 활력도, 원기도 없었다.

결국 신들은 이 일이 벌어진 것이 로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게 이둔과 사과를 되찾아오지 않으면 물고를 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국 로키는 새로 변신한 후 티아지가 없는 틈을 타 이둔을 나무열매로 둔갑시켜 사과와 함께 도로 데려올 수 있었다. 티아지가 독수리로 변해 이들을 뒤쫓았지만 신들이 산처럼 피워놓은 불벽에 가로막혀 타 죽고 말았다. 이둔이 돌아와 신들에게 다시 청춘의 사과를 나눠주고서야 신들은 젊음을 되찾을 수 있었고, 신들의 땅 역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위기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84곳(37.2%)이 7월 말 현재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지방 소멸’ 위험에 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30년 후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3분의 1 이상이 사람이 없어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노년이란 당연히 그 나름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것도 청춘과 비교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멋이자 아름다움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딘가에 이둔과 청춘의 사과를 빼앗긴 것은 아닐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둔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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