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심쩍은 생활화학제품 팩트체크 해봐요!
발행일 2016.09.20. 18:07
함께 서울 착한 경제 (56) 환경운동연합의 생활 화학제품 '팩트체크'
공기청정기, 차량용 에어컨, 화장품에 이어 아기 물티슈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와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해당 성분이 든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되는 건지, 일상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거름망이 있기는 한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깐깐하게 고르고 고른다지만, 소비자 개인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도 지친다. 그렇다고 손 놓고 나 몰라라 할 순 없는 노릇. 그렇다면 집단 지성의 힘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은 어디까지?
공교롭게도 얼마 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정황 몇 가지가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화장품 보존제로 사용되는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에 대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일부 품목(전체 2,469품목 중 59품목)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와 피해자를 두 번째로 많이 발생시킨 성분으로, 2012년 9월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했다.
또한, 학교급식 식기세척제 원료 물질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014년 11월 학교급식 식기세척제 원료물질 고시를 개정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유독물질로 분류된 5가지 성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CMIT, MIT뿐 아니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인산염(PHMG),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 트로클로센나트륨 등이 포함된 것, 이 물질들은 흡입독성뿐만 아니라 경구독성도 갖고 있어 섭취해서는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인체 청결용 물티슈’ 27개 제품을 대상으로 살균·보존제 및 미생물 시험검사와 표시 실태를 조사하여 1개 제품에서 CMIT, MIT가 검출되었음을 밝혔다. 아울러, 또 다른 제품에서는 세균이 기준치보다 4천 배 넘게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물티슈의 경우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유해성 논란이 이어온 데다, 해당 제품이 안전한 아기용 물티슈로 알려진 터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선 "애들을 위해 가장 좋다는 것만 골라 가습기며 공기 청정기며 물티슈를 샀는데, 세상천지에 나쁜 부모가 되었다", "이 나라에서는 모르면 어느새 죄가 된다",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며 죄책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각종 살균제와 방향제, 세정제, 화장품,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필터 등 생활 속 유해물질 문제가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또 다시 밝혀진 결과라 더욱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생활화학제품 성분 팩트체크는 여기서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는 화학제품 중 안전한 제품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일단, 화장품의 경우는 제품 겉면에 적힌 성분 내용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 스킨, 로션, 크림, 에센스, 파우더, 샴푸, 린스 등은 화장품법에 따라 모든 성분을 표시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샴푸와 린스, 바디클렌저 등의 제품을 고를 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들어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씻어내는 화장품의 경우, 0.0015% 내에서는 이상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독성물질도 인체 유해 정도에 따라 기준치 내에서 허용되는 경우가 있어,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문제는 화학물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한 데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성분 이름만으로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화장품 성분을 찾아볼 수 있는 `화해 앱`을 참고하면 된다. 화장품 제품명이나 브랜드명, 성분 등으로 검색하면 제품 구성 성분은 물론, 가격, 피부 타입이나 기능성에 대한 정보, 사용자 리뷰 등도 볼 수 있어 유용하다.
반면, 화장품을 제외한 대다수의 생활화학제품은 그 성분을 알 수 없다. 여드름 치료 화장품과 같이 위생이나 예방 목적의 화장품은 의약외품으로 구분돼 모든 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 치약, 생리대, 구강청결제, 살균제 등은 의약외품으로 일반적인 의약품과 같이 주요 성분만 표시하게 되어 있다. 또한, 공산품의 경우도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성분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제조 및 판매 기업의 양심과 관련 기관의 관리 감독 체계만 믿고 의존할 수밖에 없단 얘기다. 하지만 탈취제와 방향제, 세정제, 합성세제,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필터 등 끊임없이 위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그 성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미심쩍다 싶은 제품을 찾아 알리면, 해당 정보를 따져 묻고 알아보는 '팩트체크' 활동을 시작했다. 제품 성분이나 안전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문제를 시민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제품 성분이 궁금하거나 안전이 우려될 경우, 제품 전면과 뒷면 표시가 잘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문자메시지(010-2328-8361)나 이메일(kfemcfc@gmail.com)로 궁금한 내용을 함께 적어 보내면, 이를 취합해 제품 제조사나 판매사에 답변을 요구하고, 전달 받은 답변을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나 `환경연합 팩트체크` 페이스북에 공개한다.
7월 중순 본격적인 접수를 시작해 9월 12일 현재 187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그 중 38개 제품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대형유통매장의 PB상품들과 소규모 회사 제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해당 기업의 응답률 또한 낮았다.
답변을 보내온 대부분의 기업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팩트체크 캠페인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부 기업들은 회사대표 연락처가 불분명하고, 간신히 통화가 연결되더라도 시민단체의 공문이나 질의는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논란이 된 옥시레킷벤키저는 4개 제품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으나 무려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성분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와 빈축을 사고 있다.
이처럼 생활 속 화학제품에 대한 성분 공개 문제는 영업비밀과 소비자의 알 권리 사이에서 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이 심각한 독성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성분 문제가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00건 이상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겨나고, 수많은 화학물질 중에서 안전 정보가 제대로 확인된 물질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생활 속 화학제품들의 성분 분석과 안전성 여부를 관련 부처에서 모두 파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면, 팩크체크와 같은 시민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물론,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기업들의 동참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제품 판매에 앞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 또한 기업의 의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불안하다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찾고 싶다면, 팩크체크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하자. 믿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이끌고,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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