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47) ) “글은 쓰기 싫은 게 정상이에요” - 글이 쓰기 싫을 때 대처법
글을 쓰려고 하면 나는 느낌이 안 좋다.
마음이 무겁고 약간의 짜증과 스트레스가 온다.
왜 글이 쓰기 싫을까
인간은 누구나 일을 앞두고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정보를 일단 부정적으로 해석해야 위험한 자연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 반응 성향이 유전자에 박혀 있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집합무의식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말한 인류의 집합무의식은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로 인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뇌는 소극적이다.
뇌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뇌간의 반응 양식은 도망가거나 싸우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나보다 힘이 셀 것 같으면 도망가고, 약할 것 같으면 싸운다.
그런데 글이라는 대상은 정체가 모호하다.
매우 위험해 보인다.
당연히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
글은 쓰기 싫은 게 정상
나는 주변에서 글쓰기가 재미있다는 사람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내 경우에 글을 못 쓰는 이유는 100개라도 댈 수 있지만, 써야 하는 이유는 ‘써야 한다’는 것 하나 뿐이다.
써야하기 때문에 쓸 뿐이다.
그런데 세상은 쓰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말한다.
사람들은 마치 쓰고 싶어 쓰는 것처럼, 어려움 없이 쓰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런 괴리감이 강박감을 느끼게 한다.
나도 글쓰기가 재미있고 쉽게 써지는 것처럼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력을 받는다.
쓰기 싫을 때 어떻게 할까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는 1987년 대학생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는 흰색 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다른 그룹에는 흰색 곰을 생각해도 좋다고 했다.
결과는 흰색 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한 그룹이 더 많이 흰색 곰을 생각했다.
의도적인 사고 억제가 오히려 생각을 강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이를 ‘반동효과’라고 한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면 더 쓰기 싫다.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 느낄수록 더 안 써지는 게 글이다.
글이 안 써질 때는 못 쓸까 봐 두렵고 불안하다.
못 쓰고 있는 상황이 우울하다.
못 쓰고 있는 자신에 대해 좌절감이 든다.
잘 쓰고 싶은 의욕과 욕구가 점점 줄어든다.
여기서 빠져 나오는 방법이 있다.
쓰기 싫은 상황을 부인하지 않는다
먼저, 쓰고 싶고 잘 쓸 것처럼 위장하지 않는 것이다.
쓰기 싫다는 것을 인정한다.
못 쓰고 있는 나를 받아들인다.
그런 나를 용서한다.
그리고 얘기한다. ‘글쓰기 싫어요. 뭐가 잘못 됐나요?’
그러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글로 써진 건 없지만, 머릿속으로 쓰고 있는 것도 쓰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상황에 더 집중하자.
이 순간을 즐기자.
결과라는 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실패에서 배운다고 생각
어렸을 적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자주 들었다.
크면서 경험해보니 일리가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얻는 게 있다.
실패는 분명 자산이 된다.
나는 글을 쓰면서 그것을 배웠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 써져서 안간힘을 쓰는 그 시간이 배우는 시간이다.
내 글쓰기 실력을 연마하는 시간이다.
술술 써지는 날이 있다.
기분이 좋다.
그러나 배운 게 없는 날이다.
힘이 들면 힘이 든 만큼 얻는 게 있다.
오늘 또 실패하지만 실패가 두렵진 않다.
오늘 또 배우고 있구나 생각한다.
실패를 반갑게 맞아들인다.
그만 쓰는 것도 방법
그래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방법이 있다.
그만 쓰는 것이다.
글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
잘 써질 때 진도를 많이 나가면 된다.
물이 들어올 때 배는 띄우면 된다.
욕구가 솟구칠 때 몰아치면 된다.
매일 일정 분량을 꾸준히 쓰는 게 좋다고 하지만, 또 그것이 옳지만, 자기 리듬에 맞춰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쓴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