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추석'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최순욱

발행일 2016.09.07. 14:46

수정일 2016.09.07. 15:47

조회 1,761

달로 날아가는 상아. 1955년, Ren Shuai Ying 작품ⓒWikipedia

달로 날아가는 상아. 1955년, Ren Shuai Ying 작품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44) 추석

다음 주면 벌써 추석이다. 올해는 유난히 추석이 빨리 온 듯하다. 게다가 직장인이라면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일 수목금토일 황금연휴다. 이달 2학기 수업을 시작한 대학교들은 자칫했다가는 9월 말에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학기를 시작해야 할 판이다.

추석이 언제부터 명절로 받아들였는지는 정확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삼국사기나 이를 인용한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이미 신라에 음력 7~8월에 성대하게 노는 풍습이 있었고 이를 ‘가배(嘉排)’라고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추석의 다른 말인 ‘한가위’도 아마 여기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사실 음력 8월 15일에 명절을 치르는 건 우리들만이 아니다. 중국의 추석은 중추절(中秋節)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비슷한 명절을 오본(お盆)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뗏중투(Tet Trung Thu)라고 해서 비슷한 명절을 치르니 추석은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명절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추석과 관련된 고사, 전설 등이 각 지역마다 전해지곤 한다. 이런 것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마 ‘항아분월(嫦娥奔月:항아가 달로 도망가다)’이 아닐까 한다. 사실 항아 이야기는 4세기 정도부터 전해지기 때문에 세부사항이 다르거나 심지어 주인공만 같고 큰 줄기 자체가 다른 여러 버전이 정해지는데, 이 중 잘 알려진 것은 이렇다.

천상에 항아(상아(嫦娥)라고도 한다)와 예(羿)라는 신이 있었는데, 이들은 부부였다(항아가 여신, 예가 남신이다). 어느 날 해가 동시에 열 개가 떠올라 세상이 바싹 말라가다가 아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천하에 없을 장사였던 예가 활을 들어 그중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렸다. 헌데 이 해들은 모두 천제(天帝)의 자식들이었기 때문에 진노한 천제는 항아 부부를 인간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쳤다. 사람이 된 예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고생 끝에 신선들의 여왕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다.

서왕모는 예에게 반을 먹으면 지상에서 불로장생하고, 한꺼번에 먹으면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영약을 주었고 예는 이 약을 항아와 나누기 위해 소중히 간직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항아는 천상으로 올라가고 싶었던 나머지 남편을 따돌리고 영약을 홀딱 먹어버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항아는 남편을 배신한 벌을 받아 천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달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다고 한다.

항아가 배신자가 아니라 비련의 여주인공인 이야기도 있다. 예가 서왕모에게서 영약을 얻어 온 잠시 집을 비운 적이 있었는데, 예의 제자 중 하나가 영약에 대한 욕심으로(절세미녀인 항아를 겁탈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항아만 머물고 있는 집에 들이쳤다. 약(또는 자신의 몸)을 지켜낼 힘이 모자랐던 항아는 결국 약을 삼켜버렸고 이내 하늘로 떠올랐다. 하지만 항아는 남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계속 달에 머물며 지금까지도 예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첫 번째 버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것이 더 마음에 든다. 둘 다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까운 친족들이 모여 1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추석에 ‘배신’ 따위의 것이 끼어드는 건 영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모쪼록 이번 추석은 두 번째 버전 속의 항아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던 일가친척들이 만나 감사한 마음으로 회포를 풀 수 있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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