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국악을 만나는 곳, 박 터지니 소리 열렸네

시민기자 신유리

발행일 2016.09.05. 16:47

수정일 2016.09.05. 16:48

조회 1,095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식 현장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식 현장

종로3가에 내려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식을 보러 가는 길목은 자주 걷던 곳이다. 창덕궁, 운현궁, 종묘, 그리고 악기들의 천국인 낙원상가도 익숙하다. 잘 아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국악을 들으러 가려니 새로운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전통 악기점과 국악교습소, 국악공연 포스터들이 곳곳에 있지 않은가.

국악 전문 공연장인 돈화문국악당이 세워진 자리는 조선시대에 이왕직 아악부, 국악사 양성소 등이 위치한 곳이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줄곧 국악이 자리를 지켜왔을 터인데 관심을 갖기 전엔 보아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관심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돈화문은 창덕궁의 정문을 이르는 이름이다. 그 이름을 딴 돈화문국악당은 창덕궁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한옥 스타일로 지어진 국악당은 규모가 크지 않아 언뜻 보면 그냥 일반 한옥집 같다. 1층에는 사랑방도 있다.

잔디가 깔린 한옥 마당에 들어서니 앉을 자리가 모자라 서있는 사람도 많았다. 개관식에 참석할 시민을 선착순 접수 받는다는 공고가 뜬 후, 한 시간 만에 매진 됐다는 얘기가 실감났다. 내빈 소개, 인사말과 함께 개관식은 금방 끝이 났다.

1부는 국악당답게 민속놀이로 깔끔하고 힘 있게 마무리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참석자들의 손에는 오재미가 들려 있었다. 신호와 함께 일제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오재미는 입을 옹 다물고 서있던 흰 박을 터뜨렸다. 오색빛깔 장식과 함께 박 속에서는 이런 말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멋진 국악을 만나는 곳.’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식에서 시민들이 다함께 터뜨린 박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식에서 시민들이 다함께 터뜨린 박

박이 터지면 보물이 쏟아지는 법이다. 돈화문국악당은 소리를 담기 위해 지은 공간이니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소리일 터였다. 터진 박과 함께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간직한 채 사람들은 공연장이 있는 지하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돈화문국악당은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에 이어 국악만을 위해 만들어진 두 번째 공간이다. 국악 본연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기계로 확성하지 않는 ‘자연 음향’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최대폭이 11.8m인 무대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8줄 140석의 객석이 펼쳐졌다. 객석은 뒤로 갈수록 높아지게 만들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대가 잘 보일 듯했고, 공연자의 표정 하나 하나까지 보일 만큼 소담한 느낌이었다.

축하공연에서는 국악을 전공한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 씨가 사회를 맡았고, 국립국악원의 ‘수제천’, 판소리 명인 안숙선의 ‘단가 사철가’와 ‘흥부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 연주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고상하고 잠잖은 궁중의 가락연주,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판소리, 흥겨운 리듬이 있는 타악 연주 등 각기 다른 색깔이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국악 본연의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

국악 본연의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

한국인 일색인 곳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 보여 소감을 물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고, 국악라디오를 들은 적도 있지만 직접 전통공연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미국대사관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는 대니얼 턴불 씨는 부인이 한국인인데다 한국에 이미 4년째 체류 중이었다. "한국의 판소리는 랩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국 공연과 달리 쉴 새 없이 부른다는 점과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좋았던 건 힘 있고 리드미컬한 북이었어요." 그는 한국 국악은 특별한 음악이라며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노력해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다른 참석자 이화순 씨는 "나무 냄새가 나는 한옥 건물이 국악에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 같다"며 "넓은 공연장보다 가까이서 음악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이~" "국악 사랑하시는 분들 다 모였으면 행진하랍신다" "예이~" 국악당을 가득 채우는 카랑카랑한 외침과 함께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2부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다. 농악을 응용해 장구 꽹과리 북 징, 네 가지 악기로 만든 사물놀이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한국을 알려온 소리다. 돈화문국악관 개관식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쏘는 신호탄 같았다.

9월 개관에 앞서 6,7월에는 128개 팀에서 17개 팀을 선별한 공연이 펼쳐졌고, 개관식 이후 본격적으로 ‘별례악’ 8개의 공연이 매일 차례로 열린다. ‘별례’란 ‘특별한 예’를 갖춰 관객을 만난다는 의미로, 풍류음악, 민속음악, 기악, 성악, 연희극, 국악관현악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작을 알리는 긴 잔치가 끝난 후에도 이곳에선 계속 국악의 향연이 이어질 것이다. 이미 매달 새로운 주제의 공연들이 준비돼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개관 축제 기간 동안 3개의 공연을 보고 스탬프를 찍으면 10월에 ‘국악의 맛’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국악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번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돈화문국악관 홈페이지(www.sdtt.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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