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에 울려퍼진 현대판 노동요

시민기자 박기완

발행일 2016.08.17. 15:19

수정일 2016.10.25. 17:13

조회 811

“한일자로 늘어서서/ 출근전쟁 시작하세/ 부딪히고 북적대도/ 피할 수 없는 새벽의 공기”

무대 위 4명의 배우가 정신 없는 출근길을 연기한다. 너무 늦어 시말서를 써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 화장을 할 시간도 없는 사람. 모두가 출근 전쟁에 나서는 전사들 같다.

지옥철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경기소리그룹 앵비 ⓒ경기소리그룹 앵비

지옥철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경기소리그룹 앵비

경기소리그룹 앵비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선보이는 현대판 노동요 '이상사회 ver.2'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매일 똑같은 출근길을 가는 직장인,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웃음을 팔아야 하는 서비스직, 원하던 선생님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든 선생님, 하루 종일 해도 없어지지 않는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엄마처럼 노동의 괴로움 속에 쳐 해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현대판 노동요로 풀어냈다.

‘꾀꼬리 날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경기소리그룹 앵비는 이미리, 김미림, 최주연, 성슬기 네 명의 소리꾼들이 모인 소리패다. 2014년 '굿들은 무당'을 시작으로 옛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노동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부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채 들고, 한복을 입는 고전적인 모습을 상상한다면 오해다. 현대 노동자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해금, 장구, 피리, 거문고 음악에 기타를 추가하고, 한자어가 많은 민요 가사를 요즘말로 바꿨다. 게다가 이번엔 연극 연출을 맡던 연출이 새로 참여해 연기와 안무까지 더해졌다.

삶의 전부인 ‘노동’이라는 주제답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중학생부터 시작해 아흔이 가까운 노인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울고 웃었다.

방바닥엔 오헹/ 머리카락 오헹/ 이놈 치우고 오헹/ 저놈 치워도 오헹

특히나 김미림이 연기한 엄마 역할은 관객 모두의 슬픔을 자아냈다. 옷 더미가 무대위로 던져지면 무거운 걸음으로 하나 둘씩 치워보지만,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 김미림은 무대에 앉아있던 엄마뻘의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 멤버들은 관객 속으로 들어가 함께 노래부른다.

엄마의 관심이 귀찮았죠/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밌었죠 /(…)/꿈도 잃고 이름 석 자도 잃은/ 자식 행복이 전부인 우리엄마

관객 최병로(46)씨는 “기존의 경기민요 같지 않게 연기도 들어가고, 관객과도 함께하고, 조명과 세트도 연극적이고 뮤지컬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가 색다르게 봤다”고 소감을 들려준다.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안내원. ⓒ경기소리그룹 앵비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안내원.

경기소리그룹 앵비는 오는 12월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공부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노래하는 '노량진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이 기사는 청년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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