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신화는 계속될까?

최순욱

발행일 2016.08.03. 13:23

수정일 2016.08.10. 15:05

조회 768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에 묘사된 전차 경주 장면. 전차 경주가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Wikipedia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에 묘사된 전차 경주 장면. 전차 경주가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40)

이번 주 금요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서른한 번째 올림픽이 열린다. 남아메리카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처음이요, 포르투갈어권에서 개최되는 것도 사상 최초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8월에 남반구에서 열리기 때문에 하계 올림픽의 간판을 건 사실상의 동계올림픽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의미가 깊다.

헌데, 이번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좋지 않은 쪽으로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듯하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었기 때문에 이미 ‘국가원수 없는 최초의 올림픽’이란 타이틀은 확보했고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카 바이러스가 퍼져 관중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단들 중에서도 브라질행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불안한 세계 정세로 테러 위험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현지 치안상태도 개판에 가까운 듯하다. 이런저런 사건에 더해 선수촌, 경기장 등 시설도 제대로 완공되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하니 조만간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안거리는 아니지만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도 이런 혼란을 겪은 후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파우사니아스(Pausanias)는 2세기 그리스의 여행자이자 지리학자인데, 그가 고대 그리스를 직접 돌아다니며 집필한 <그리스 이야기>에는 고대 올림픽이 오이노마오스의 죽음, 또는 펠롭스의 승리를 기리기 위한 경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오이노마오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아들로 고대 그리스 피사의 왕이었다. 그에게는 히포다메이아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오이노마오스는 어느 날 자신의 사위에게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죽음이 두려웠던 그는 이후 히포다메이아에게 구혼하러 오는 청년들을 전차 시합을 통해 모조리 죽였다. 전차 경주에서 자신을 이기면 딸을 주겠다고 한 후, 앞서가는 구혼자의 전차를 따라잡은 뒤 뒤에서 목을 날려버리는 방식이었다. 물론 오이노마오스가 전차경주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죽은 구혼자가 무려 열여덟 명. 오이노마오스는 이들의 머리를 자신의 거처에 걸어두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오이노마오스도 열아홉 번째 구혼자까지 이기진 못했다. 펠롭스는 제우스의 손자였는데, 그는 히포다메이아에게 결혼을 청하러 가기 전에 포세이돈에게 부탁해 날개달린 말이 끄는 전차를 받았다. 펠롭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왕의 전차지기인 뮈르틸로스를 매수해 전차 바퀴를 고정하는 못을 청동이 아닌 밀랍으로 바꿔치기하도록 했다. 결국 시합에서 오이노마오스의 전차는 그가 펠롭스의 목을 날려버리기 직전 대파돼 오이노마오스는 말에 끌려가다 죽고 말았다. 뮈르틸로스나 펠롭스도 끝이 좋지는 않았다. 뮈르틸로스는 히포다메이아를 겁탈하려다 펠롭스에게 절벽에서 내던져져서 죽고, 이 와중에 뮈르틸로스가 펠롭스를 저주했기 때문에 그의 자손들은 대대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어쨌든 펠롭스는 히포다메이아를 아내로 맞고 피사의 왕이 되었는데, 그는 오이노마오스의 죽음, 또는 자신의 승리를 기리기 위해 오이노마오스의 장례식 기간 중 최초의 올림픽 경기(전차 경주)를 개최했고, 이것이 이후 4년마다 이어졌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을 낳기 전 피사의 혼란도 지금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에 필적할 것 같다. 그나마 기대하는 건 혼란 속에서 탄생한 고대 올림픽에서 역사에 남는 영웅들이 탄생했던 것처럼,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진정한 인간승리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꼭 대한민국 선수단, 기자단, 응원단뿐만 아니라 올림픽 기간 중 브라질을 방문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무탈하게, 브라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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