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국립중앙박물관 비밀공간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6.07.15. 15:23

수정일 2016.07.15. 17:39

조회 4,861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10위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상설전시도 좋지만 특별전시와 기획 전시도 훌륭하다. 하지만 늘 보는 전시와 조금 다르게 박물관을 즐기고 싶다면? 여기, 방법이 있다.

시각과 청각이 즐거워지는 공연 - 국립중앙박물관의 숨겨진 숲. ‘쌍불죽원’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걸어보았다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걸어보았다

7월 6일 저녁 7시 보신각종 주변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대나무가 우거진 숲이 나왔다. 앞에 불상이 두 개있는 바로 ‘쌍불죽원’이었다. 공연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는 박물관 직원들도 모르는 곳이라고 하네요. 사실 저는 오늘도 비가 왔으면 했어요. 실내에서 공연을 하면 소리가 울려서 더 잘 부르는 거 같거든요“ 공연을 맡은 가수 정차식이 말했다.

어제까지 폭우가 심하게 내려 장소가 바뀌게 될까 싶어 조마조마했던 차였다. 야외공연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무대도 없이 이런 비밀스러운 숲에서 열린 것을 본건 처음이었다. 바람 스치는 소리와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 갑자기 들리는 새소리가 마치 일부러 집어 넣은 듯한 효과음을 냈다. 바이올린과 카혼, 어쿠어스틱 기타 3가지 연주도 무척 훌륭했지만 자연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여기에서만 가능한 공연이 되었다.

알음알음 묻거나 듣고 쌍불정원을 찾아온 방청객들

알음알음 묻거나 듣고 쌍불정원을 찾아온 방청객들

무대는 따로 없었다. 땅이 단상이고 나무가 벽이다. 모든 자연물과 쌍불상이 저절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가수는 중간에 마이크를 끄고 부르기도 했다. 노래와 연주를 충분히 감상하기에는 50분은 너무 짧았다.

“아니 벌써 끝나요? 깜깜해질 때까지는 해야죠. 앵콜만 10곡은 해주셔야 해요!” 마지막 노래임을 알리는 소리에 맨 앞에 앉은 한 관객이 말했다.

박물관 구석구석 콘서트가 있던 쌍불정원

박물관 구석구석 콘서트가 있던 쌍불정원

하지만 관객들의 아쉬움을 남긴 채 콘서트는 끝이 났다. 그렇다 해도 녹음에 둘러싸인 ‘쌍불정원’이라는 장소는 남아 있다. 혼자서 사색하고 싶을 때, 친구와 연인과 함께 찾으면 더욱 좋을 듯싶다.

‘쌍불죽원’을 나오는데 박물관 직원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런 곳이 있었어?”,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정말 직원들도 모르고 있었던 곳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정적인 전시에 동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박물관 구석구석 콘서트’는 5월 ‘서화관’, 색소폰연주를 시작으로 6월 박물관 뒤편에 위치한 ‘후원 못’에서 현대무용을 선보인 바 있다. 마지막 9월, 미르폭포에서 하와이 음악을 하는 남성밴드 마푸키키의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이 공연은 예약도 입장료도 필요 없다.

발밑에 붙여진 콘서트 안내문

발밑에 붙여진 콘서트 안내문

박물관에서 공연이 있다고 해서 왔다는 안순의(구로구)씨는 “박물관은 전시를 보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콘서트가 있다는 걸 듣고 와봤어요. 숨겨진 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좋은 노래를 들으니 피곤했던 게 없어졌어요. 9월에 하는 공연도 꼭 오려고 해요” 라며 만족해했다.

전통과 락을~! 수, 토요일 ‘박물관 문화향연’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는 4월~10월까지 박물관 문화향연이 열리고 있다. 매주 토요일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날 열리며 수요일은 전통문화향연을 주제로 한다. 17일은 ‘딕펑스’ 가 신나는 펑크 락을, 24일은 ‘서울오케스트라’가 클래식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장소는 박물관 입구에 마련된 상설무대. 좌석은 야외계단이라서 앉기 수월하고 뒤편으로는 서울타워가 보인다. 좋은 음악들을 경치좋은 곳에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쉬엄쉬엄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좋은 2곳

많은 관람객이 있는 1층에 비해 2층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한국사가 1층에서 끝나며 1층만 둘러봐도 시간이 많이 가므로 붐비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국립중앙박물관을 많이 갔지만 2층 서화관 옆 휴게공간을 발견한 건 얼마 되지 않았고 역시 모르는 분들이 많다.

2층에 올라가면 도서관 느낌의 휴게공간이 나타난다

2층에 올라가면 도서관 느낌의 휴게공간이 나타난다

휴게실이지만 최고급 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작품은 물론 특이한 쿠션의자들이 놓여있고 7개의 책상에는 두 개씩 의자가 놓여있다. 무엇보다도 앉아서 앞 창문으로 보는 정경이 마음을 빼앗는다. 왼쪽 창은 녹음 진 푸르른 정원과 보신각종이 보인다. 오른쪽 창으로는 동부이촌동의 높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현대의 조화된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다는 건 무척 매력적이다. 여유로운 시간에 와서 책 한권 읽고 싶어졌다.

중국실을 들어서면 미디어아트 영상이 흐른다

중국실을 들어서면 미디어아트 영상이 흐른다

한편, 3층 중국실 왼편에는 중국풍의 무늬창과 비단방석이 깔려있는 붉은 분위기의 휴게공간이 있다. 이곳에 들어오면 박물관인 것을 잠시 잊고 중국차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앞에는 사계절과 중국의 경치를 담은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다. 천천히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인생을 잔잔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다. 앞으로 휴게공간이 각 나라별 특징을 살려 만들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물관직원이 추천한 야외에서 거닐고 싶은 곳

국립중앙박물관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다들 박물관 앞에 위치한 잘 알려진 거울 못과 미르폭포도 좋지만 꼭 건물 뒤편을 가보라고 한다. 뒤편은 후원 못과 전통염료식물원이 있다. 후원 못은 크기는 작지만 정겨움을 느낄 수 있으며 기와 담장을 두른 모습 등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정원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전통염료식물원이 있어 실제로 염료로 쓰인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직원 주미정 씨는 “이 곳은 추천할만한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어렵네요. 굳이 특별한 곳을 말씀드리자면 생긴 지 오래 되지 않은 ‘공간 온On’에서 공연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뒤편 이팝나무길이라는 꽃길을 걷는 것도 추천해드릴 만하네요” 라고 말했다.

해설과 함께 야경을 보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요일과 토요일에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또한 매주 수요일 야간개장 시간에는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상세한 해설과 관람객과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참여형 프로그램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운영하고 있다.

수, 토요일 야간개장, 저녁을 먹은 후 가족과 함께 가보거나 퇴근길에 잠깐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낮에 관람객이 너무 많아 조용한 관람을 원하거나 특히 야경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적극 추천이다.

2012년 말에 완공된 박물관 나들길을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즐겁게 올 수 있다. 긴 길은 무빙워크로 되어 있고 벽에는 빛으로 된 장식들이 빛을 내고 있어 박물관 입장을 환영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박물관에서는 특별 전시 활자의 나라 조선(6월 21일~9월 11일), 아프가니스탄의 황금(7월 5일~9월 4일), 발굴40주년 기념 신안해저문화제 특별전(7월 26일 9월 4일)등이 열리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이용안내

○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 관람시간:

 - 화, 목, 금요일 : 09:00 ~ 18:00

 - 수, 토요일 : 09:00 ~ 21:00

 - 일요일, 공휴일 : 09:00 ~ 19:00 (단, 1월1일 제외)

 - 휴관일: 1월1일, 월요일

○ 입장료: 무료

#국립중앙박물관 #여름방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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