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따뜻하게! 도자기 빚는 카페

시민기자 이상국

발행일 2016.07.14. 14:22

수정일 2016.07.14. 14:28

조회 1,848

학생이 희락공방에서 도자기 공예 체험을 하고 있다

학생이 희락공방에서 도자기 공예 체험을 하고 있다

문을 열고 공방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아기자기한 도자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방 곳곳에 은은하게 비추는 주황색 불빛 조명이 더해지니 얼었던 마음도 스르르 녹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기자가 성동구 성수동의 ‘희락공방’에서 느낀 분위기는 ‘따뜻함’ 그 자체였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2길 조용한 골목 2층에 위치한 희락공방은 현재 성수 도시재생 전문분야 공모 사업 일환으로 ‘도시에 꿈을 나르는 공예’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흙을 이용한 도자기 체험 활동으로 가족과 이웃이 서로 소통하고, 꿈을 키워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전경선 희락공방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희락공방이 생각하는 ‘도시에 꿈을 나르는 공예’

학생들 앞에서 도자기 공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전경선 대표

학생들 앞에서 도자기 공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전경선 대표

“각박한 도시에 꿈을 나르고 싶었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힘든 시대잖아요. 부모님들은 경제활동에 아이들은 학업에 지쳐있는 상황이 참 안타까웠어요. 도자기 체험이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한테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지역 주민들은 함께 하며 서로를 알고 한마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답변에는 사춘기 청소년 아이의 엄마이자 지역 주민으로서 직접 느껴왔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예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임하고 있다.

전경선 희락공방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경선 희락공방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즐거운 공방’이라는 뜻을 지닌 희락공방은 즐거운 마음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문턱 없는 공방으로 주민과 이웃들에게 활짝 열려있다.

전 대표는 공방이란 공간이 궁극적으로 이웃 간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꿈이 전달될 수 있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혼자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꿈을 이야기하면 그 힘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무학중학교 학생들이 도자기 진로체험 후 유약을 바르고 있다

무학중학교 학생들이 도자기 진로체험 후 유약을 바르고 있다

실제로 희락공방을 찾는 이들은 매우 다양하다. 여가 활동을 즐기는 직장인부터 진로 체험을 하는 중고등학생,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지역의 복지관 어르신들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희락공방에 방문하여 흙을 만진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날에도 인근 무학중학교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도자기 공예 진로 체험을 하고 있었다. 도시에 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자기 공예는 색다른 경험이다.

세심하고 꼼꼼한 정성이 필요한 도자기 공예

기자가 즉석에서 도자기공예를 체험하며 만든 접시

기자가 즉석에서 도자기공예를 체험하며 만든 접시

희락 공방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도 얼떨결에 도자기 공예를 직접 체험했다. 어렸을 적 소꿉장난하던 느낌으로 점토를 넓게 밀고, 손으로 가장자리를 세워서 접시 모양을 만들었다. 접시를 만들며 직접 경험해 본 도자기 공예는 꽤나 많은 정교함과 섬세함을 요구했다. 또, 순간순간 샘솟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반영해 볼 수 있는 점도 참 흥미로웠다. 흙을 만지며 집중하다 보니 기자는 어느덧 도자기 공예에 빠져들었다. 체험을 마치고 전 대표에게 도자기 공예의 매력을 물었다.

사발에 그림작업을 하는 전경선 대표

사발에 그림작업을 하는 전경선 대표

“흙은 원초적인 재료잖아요. 흙이 굳지만 않으면 변형도 시킬 수 있고 뭔가 붙일 수도 있죠. 그런 느낌 때문에 재료를 다루는 데 있어서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만들기 성형하는 것 외에도 그림 장식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도자기 공예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 대표의 말에 따르면 흙으로 도자기 모양을 만들었다고 해서 다 끝난 건 아니다. 보완 작업 후 실온에서 건조가 필요하다. 그다음 섭씨 800도 가마에서 13~14시간 초벌을 하고, 다시 하루 정도 식혀야 한다. 이후 도자기 안팎을 닦아주고, 돌가루로 이뤄진 유약을 입혀 섭씨 1250도에서 다시 굽는 재벌을 하는데 15~16시간이 걸린다. 재벌을 마친 도자기를 가마에서 꺼내기 위해서 또 하루를 기다린다.

체험생들이 희락공방에서 만든 도자기 공예 작품 초벌상태, 건조상태

체험생들이 희락공방에서 만든 도자기 공예 작품 초벌상태, 건조상태

이처럼 도자기 공예는 긴 기다림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과연 잘 나올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 인내의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강하고 단단한 도자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오는 떨리는 마음과 설렘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재벌 해서 최종으로 꺼낼 때는 아직도 마음이 떨려요. 초벌에서는 잘 붙어 있던 손잡이가 재벌 온도를 넘어서면서 수축도 더 많이 되어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에 금이 생기는 경우도 있죠. 잘못 붙였던 부분이 재벌에서 티가 나는 거예요. 진실은 다 드러나게 되어 있는 거지요.”

성수도시재생 공모사업에서 도자기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 모습

성수도시재생 공모사업에서 도자기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 모습

도자기 공예는 찰흙으로 만들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굽는 과정을 꼭 거쳐야 최종 도자기 결과물이 나온다. 그래서 찰흙을 만질 때 가마에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그 어떤 공예보다 세심하고 꼼꼼한 정성이 요구된다.

개인의 삶도 도자기 공예와 비슷하다. 무심코 지나친 ‘작은 일’ 때문에 큰 낭패를 보거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소하고 작은 일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기자는 전 대표에게 도자기 공예와 인생의 또 다른 공통점을 물었다.

“도자기 공예도 인생도 기본적인 태도를 잘 갖췄으면 좋겠어요. 예술에서 창의성은 기본적인 인성이 밑받침되어 있어야 빛을 발휘해요. 기본이 엉망이고 흐트러져 있는 상태에서 독특함은 결코 존중받지 못하죠. 도자기도 사람도 결과물이 잘 나오게끔 기본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기본에 입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최선을 다해서 나오는 어떤 잘못된 결함은 누가 봐도 이해해 줄 수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한 회상

전 대표는 도자기 공예에 처음 관심 갖게 된 상황들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전 대표는 1990년대 초 경기도 광주의 분청도자기를 재현하는 공방에서 수강생으로 도자기 공예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직원으로 일하던 공방에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접하고, 휴일도 반납하고 복지기관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도왔다. 차도 끓이고, 작은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공방을 차리게 된 계기에는 당시의 좋은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공방 사장님이 복지기관에 있는 아이들 데리고 와서 체험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감동이었죠. 공방을 차리면 봉사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어렵게 도자기를 배운 사람으로서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의 간절한 심정을 아는 것이죠. 흙이라는 원초적인 재료를 통해 봉사나 보람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싶었습니다.”

찰흙 반죽 작업 후 찍은 전경선 대표의 손

찰흙 반죽 작업 후 찍은 전경선 대표의 손

이어 그는 삶의 어려웠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 인생에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과거의 어려웠던 환경은 지금의 전 대표를 있게 해 준 촉매제이자, 발판이었다.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들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잖아요. 나한테 자연스럽게 있었던 어려운 환경들이 지금 생각하면 축복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 과정이 없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려운 사람들만을 위한 세상은 아니지만, 함께 나아가자는 마음이에요.”

“누군가의 꿈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그가 성수동에 공방을 차린 것은 10년 전 일이다. 전 대표는 아직도 꿈, 희망과 같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사람의 꿈이 더 커지고 꿈을 이루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확산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꿈은 또 꿈을 낳는다”고 그는 말한다.

“만약에 제가 쉽게 했다면 그런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꿈을 잊어버리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 크게 성공했는데, 초심을 잊어버리면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과정을 통해서 현재가 있는 거잖아요. 여태까지 살았던 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는 거죠.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대표는 공방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꿈꾼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었다.

“사람 냄새가 나고, 실용성과 장식이 겸비된 도자기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상품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가 만드는 도자기를 보고 사람들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친구, 가족, 이웃들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어 서로의 작은 꿈이 연결되고, 작은 꿈을 통해 큰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전경선 희락공방 대표. 그는 희락공방이 사람들에게 힐링 되는 장소,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공간이길 바란다. 도시 사람들에게 그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더 많은 꿈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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