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와 ‘응팔’의 동네, 변화가 시작됐다

서울사랑

발행일 2016.07.15. 15:15

수정일 2016.07.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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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창동 61

창동·상계 지역은 그동안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었다. 아직까지 멀티 영화관도 없다. 그런 서울 동북부의 변방 동네인 창동과 상계동에 문화·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4월 29일 문을 연 ‘플랫폼 창동 61’은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 조성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창동과 상계는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각각 왼편과 오른편에 있다. 지역구는 달라도 사는 모양새나 형편은 비슷비슷하다. 주거 지역으로 개발된 곳이다 보니 상업 공간이 한정적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낙후한 베드타운, 서울의 변방 동네 등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경제기반형 도시 재생 지역으로 선정됐다.

경제 기반형 도시 재생은 철도나 산업 단지 등 산업 시설과 연계해 도시의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생 현장을 가기 전에 먼저 창동과 상계 일대를 돌아봤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발바닥공원. 마른 하천인 방학천을 따라 방학3동 일대에 조성된 생태 공원으로 1960년대부터 생겨난 무허가 판자촌 130여동을 헐어내고 4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2002년 5월 문을 열었다.

세운상가 건립 당시 쫓겨난 철거민들이 하나 둘 몰려든 이 방학천 주변은 원래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악취가 풍기던 곳이었다. 그러하던 이곳에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넓지는 않지만 길게 이어진 숲길에 생태 연못, 자연 학습장, 잔디광장 등이 들어서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우이천을 따라 그린 둘리 벽화. 둘리의 탄생 과정이 담겨 있다

우이천을 따라 그린 둘리 벽화. 둘리의 탄생 과정이 담겨 있다

길게 이어진 숲길에 생태 연못, 지압 바닥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발바닥공원

길게 이어진 숲길에 생태 연못, 지압 바닥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발바닥공원

호이~ 빙하 타고 우이천으로 내려온 둘리

도봉구에는 발바닥공원 말고 주민들이 사랑하는 또 다른 공간이 있으니, 바로 둘리뮤지엄이다. 지난해 개장한 둘리박물관은 만화영화 <아기 공룡 둘리>에 등장한 장면들을 모형으로 전시해놓았고, 만화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관과 동화구연방, 어린이만화도서관도 갖추고 있다. 둘리가 빙하를 타고 내려온 우이천에는 김수정 작가가 둘리의 탄생 과정을 350m에 걸쳐 그린 벽화도 있다.

얼마 전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도 쌍문동.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산 둘리와 덕선이가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

도봉구를 떠나 노원구로 옮겨왔다. 중계역 부근의 마들근린공원에는 ‘지구의 길’, ‘역사의 길’을 테마로 조성한 산책로가 있다. 노원에코센터를 둘러싼 공원 숲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지구의 길’은 환경, 생명의 진화, 공생, 멸종, 상호작용, 에너지 등 여섯 가지 대주제를 바탕으로 길을 걸으면서 지구 역사의 주요 사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패널과 조형물을 설치해놓았다.노원역 인근에 조성한 노원 문화의 거리는 다양한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장.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이면 동네 음악회, 비보이 공연, 버스킹, 돗자리 영화제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마들근린공원의 노원에코센터. 기후변화 및 재생 가능 에너지와 관련한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들근린공원의 노원에코센터. 기후변화 및 재생 가능 에너지와 관련한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노원에코센터를 둘러싼 공원 숲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지구의 길`

노원에코센터를 둘러싼 공원 숲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지구의 길`

창동과 상계동 일대에서 가장 상권이 발달한 노원 문화의 거리

창동과 상계동 일대에서 가장 상권이 발달한 노원 문화의 거리

강북판 코엑스를 꿈꾼다

“출근 시간대에 보면 당고개역에서 동대문역까지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있어요. 당고개역과 동대문역 사이에 일터가 없다는 증거지요.”창동에서 20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양석철 씨는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에만 서울시 전체 인구의 17%가 살지만 일자리는 7%에 불과하다며 노원역 빼고는 상권도 빈약해 잠만 자는 동네라고 말한다.

창동과 상계동은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7호선이 교차하는 역세권이지만 198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도심의 배후 주거지로 개발은 물론 일자리와 문화 측면에서 소외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양석철 씨는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활성화되려면 이 지역에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주민들의 이런 소망 덕분인지 창동·상계동 일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창동·상계 도시 재생을 통해 창동역 환승 주차장 부지, 문화·체육 시설 부지, 창동 차량 기지, 도봉면허시험장 부지에 복합 문화시설과 비즈니스 존이 조성될 예정이다. 강북판 코엑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음악, 음식, 패션, 사진 콘텐츠가 한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 `플랫폼 창동 61`

음악, 음식, 패션, 사진 콘텐츠가 한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 `플랫폼 창동 61`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 조성’의 마중물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 조성은 일본의 대표적 철도 부지재생 사례로 꼽히는 도쿄 사이타마 현 신토신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도시 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2003년 신토신에 17개 국가기관이 밀집한 정부 합동 청사와 복합 문화 공연장인 슈퍼아레나를 건설해 도쿄 집중 현상을 해소했다.

지난 4월 29일 오픈한 ‘플랫폼 창동 61’은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 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 아레나’를 중심으로 한 동북권 경제 거점으로 이어질 전초기지기도 하다. 도심의 배후 주거지로 조성돼 지역 경제 활력이 제로에 가까운 창동과 상계. 도쿄의 사이타마 현 신토신처럼 성공적 도시 재생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도권 동북부의 신경제 중심지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어른 복합 문화 놀이터 `플랫폼 창동 61`

창동역 1번 출구에서 보면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눈에 띈다. 무역 항구의 컨테이너보다 세련되었지만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곳은 어른들의 복합 문화 놀이터인 ‘플랫폼 창동 61’.

‘플랫폼 창동 61’은 음악을 중심으로 음식과 패션, 사진 분야의 콘텐츠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문을 열자마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핫 플레이스’를 넘어 ‘힙(hip)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61개를 쌓아 만든 이곳은 뮤지션들의 작업실과 연습실, 녹음실, 300석 규모의 클럽형 공연장, 포토 갤러리, 푸드, 패션 클래스 등이 있다.

“지역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보고 밴드 ‘시나위밴드’와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2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보기 힘든 공연이잖아요.” 대학생 김은정 씨는 무엇보다도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더 좋다며 앞으로도 훌륭한 공연이 많이 열려 부모님과 함께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서울 동북권은 대학교가 많고 서울에서도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지만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시설이 없었다. 플랫폼 창동 61은 이러한 동북권을 문화·예술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마련한 발판인 셈이다.

플랫폼 창동 61은 음악 신대철, 사진 조세현, 푸드 최현석, 패션 한혜진 등이 앞으로 1년간 각 분야별로 디렉터를 맡아 운영 및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다. 이들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연중 풍성한 라이브 공연을 기획하고, 패션·음식·사진 분야의 유명인이 진행하는 특별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플랫폼 창동 61의 다양한 문화 실험은 동북 4구(성북, 강북, 도봉, 노원) 지역은 물론 서울의 문화 지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곳은 뮤지션들의 펜트하우스예요" 플랫폼 창동 61 입주 뮤지션 이한철(가수)

플랫폼 창동 61 입주 뮤지션 이한철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수능 시험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국민 응원 송’인 ‘슈퍼스타’의 가수 이한철 씨를 창동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창동 사운드 스튜디오는 신대철, 잠비나이, 숨, MC메타, 아시안체어샷, 이한철 등 6명의 뮤지션이 입주해 음악 작업을 하는 공간.

“이곳 총괄 예술 감독인 이동연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됐어요. 처음엔 집과 거리가 있어서 입주할까 말까 고민했죠. 그런데 막상 들어와보니 너무 좋네요. 작업실에서 노래를 만들면 바로 옆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고 합주실에서 연주도 할 수 있어요. 작곡과 공연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곳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곳에서는 음악 작업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를 하는 등 다양한 실험과 이벤트도 가능하다. 오픈 때는 오세득 셰프와 ‘요리와 음악이 함께하는 공연’을 마련했는데 색다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앨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계절을 테마로 하는데, 작년에 <봄>과 <가을> 앨범이 나왔고 올해 <여름>과 <겨울> 앨범을 만들 예정이라고.

인터뷰를 한 날 마침 `K팝스타5` 준우승자이자 제자인 안예은과 함께 부른 ‘여름 좋아’가 발매됐다. ‘여름 좋아’는 이한철의 계절 프로젝트 <여름> 앨범에서 미리 공개하는 싱글이다.

“저는 창동 사운드 스튜디오 중에서도 제일 전망이 좋은 방을 차지했어요. 해 질 무렵이면 통창으로 보이는 창동역사, 아파트, 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저절로 악상과 가사가 떠오른다니까요. 이런 좋은 공간이 많이 생겨서 더 많은 뮤지션이 창작과 공연에 몰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한철 씨는 또 플랫폼 창동 61이 훌륭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며 ‘여름 좋아’의 경쾌한 멜로디처럼 시원하게 기타 줄을 튕겼다.

"설탕 대신 음악을 넣으면 어떨까요?" 플랫폼 창동 61 입주 운영자 김인국(cafe Muzzz 운영)

플랫폼 창동 61 입주 운영자 김인국(cafe Muzzz 운영)

창동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곳이 변화하는 모습을 다 지켜봤어요. 공터였다가 의류 상설 매장이었다가 포장마차가 들어섰다가… 이제야 제자리를 잡은 것 같네요. 플랫폼 창동 61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듣고 카페를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입주 공모에 당선됐는데, 실용음악을 전공한 후 1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창동 주민이라는 가산점도 있었지요. 주머니 가벼운 청년들을 생각해서 음료 값도 저렴하게 책정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음악과 커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니 많이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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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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