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그리움이 코끝을 간질이는 성북동

여행스토리 호호

Visit1,194 Date2016.07.07 15:30

북정마을에서 바라본 성북동과 주변 풍경

북정마을에서 바라본 성북동과 주변 풍경

호호의 유쾌한 여행 (1) 성북동 – 성곽 아래 북정마을과 심우장

호호의 유쾌한 서울여행, 첫 번째는 성북동으로 찾아갑니다.

한양 도성의 북쪽 마을이라 성북동(城北洞성)이라 부릅니다. 북악산과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도성 방어를 하는 어영청 북군 사령부가 있었지만 근대에 이를수록 문화 예술인, 지식인들이 많이 살기도 해 창작과 연구의 산실로도 불립니다. 김광섭, 김환기, 조지훈, 최순우 등 들으면 알만한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성북동에 살았습니다. 한평생 사라질 뻔한 우리의 문화재를 모은 간송 전형필도 이곳에 살았습니다. 간송미술관 이 아직 있습니다.

지금은 성곽 너머 산비탈에 많은 외국 공관과 외국인들이 사는 빌라촌이 들어서 있습니다. 개발이 제한되어 여전히 90년대 동네 모습을 간직한 골목들이 많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성북동을 거닐다보면 묘한 향수와 그리움이 코끝을 간질입니다.

성북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는 성북동에 대해 5개의 테마여행 코스를 제안할 만큼 성북동은 다양한 문화 자원을 가진 곳입니다. 성북동을 제대로 보려면 한나절로는 어림없습니다. 사계절 분위기가 다 다르니 시간 닿는 대로 가보기를 권합니다.

무엇보다도 골목 안에 숨겨진 진짜 성북동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대부분 성북동 나들이를 온 이들이 성북동 메인 도로에 있는 맛집과 카페 정도만 들리고는 성북동을 다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성북동의 이야기는 바로 성곽과 산으로 이어지는 골목 안에 숨어 있습니다.

서울 성곽 아래의 북정마을 풍경

서울 성곽 아래의 북정마을 풍경

오늘은 그 중에서 심우장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심우장은 ‘님의 침묵’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스님이기도 한 만해 한용운이 55세가 되던 1933년부터 1944년 6월29일 입적할 때까지 기거하던 곳입니다. 남향으로 집을 지었다가는 조선 총독부 건물과 마주하게 되니 만해는 아예 북향으로 집을 짓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민족 운동가는 물론 일반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먼저 심우장이 있는 북정마을로 갔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북정마을은 골목 골목 소박한 집들이 성곽 아래 옹기종기 들어서 있습니다. 3번 마을버스의 종점으로 꼽히는 북정마을의 중심 북정 카페(언덕 위 작은 가게입니다)에서는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지난 과거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예쁜 아이들과 화사한 여인들이 골목 어귀에서 웃고 있고 뛰어놀고 있습니다.

북정마을의 쉼터 북정 카페에 전시된 `응답하라 성북동` 사진들

북정마을의 쉼터 북정 카페에 전시된 `응답하라 성북동` 사진들

“이분들 이제 할머니에요. 어린 아이들은 아줌마가 되셨어요.” 커피 한 잔 마시며 가게 주인에게 잠시 동네 이야기를 듣습니다. 마을이 소문나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면서 주민들에게 예의조차 구하지 않고 사진기를 마구 들이대 여행자들을 경계한다는 주민들의 원성도 함께 듣습니다. 북정마을에는 이곳에서 터를 가꾸며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원성과는 달리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니 살갑지는 않더라도 나긋하게 답을 해주십니다.

북정마을에서는 성북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북악산 등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새삼 성북동의 경치가 좋구나 느낍니다만 일제 강점기 자나 깨나 ‘독립’만을 염원했던 만해에게는 이 경치가 어떻게 보였을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심우장 앞 골목과 입구

심우장 앞 골목과 입구

‘심우장 가는 길’ 푯말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내려옵니다. 사람 한두 명 겨우 지나칠 만큼 좁은 길에 어마어마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여기에 뭐가 있나? 하는 순간 그 작은 골목길에 아름드리 나무 그늘이 내려져 있는 것이 먼저 보입니다. 그리고 심우장이 나옵니다.

심우장

좁은 골목길과는 달리 꽤 넓은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북쪽을 바라보며 서 잇는 단아한 한옥 한 채가 있습니다. 방 두 칸, 부엌, 작은 툇마루가 전부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주는 한옥입니다. 깨끗하게 내부가 관리되고 있는지 마루며 방바닥이 맨질 맨질합니다. 집이 마지 사진으로 본 만해의 모습과도 닮은 듯합니다. 원래 소나무가 많은 곳이었다고 하는데 마당에 남아있는 소나무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소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심우장의 방에서 바라본 모습

심우장의 방에서 바라본 모습

툇마루에 앉아보고 방안을 서성이며 시인의 유품들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방에는 시인의 작품들과 친필 문서 등 많지 않은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편이라 툇마루에 앉아 사색하기도 좋습니다. 그늘에 앉아있으니 건너편 산 너머에서 바람도 불어 제법 시원합니다. 마침 폭우가 내린 후 개인 날이라 하늘을 더 없이 청명합니다. 불과 5~6년 전까지도 이곳에 시인의 따님께서 직접 거주하셨다고 관리인이 말씀하십니다.

심우장 가는 길 쉼터, 만해 한용운 동상과 님의 침묵 시

심우장 가는 길 쉼터, 만해 한용운 동상과 님의 침묵 시

다시 길을 나섭니다. 심우장 아래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그 아래에는 만해를 기리는 동상과 ‘님의 침묵’ 시비가 놓여있습니다. 시를 가만히 읽어봅니다. 좋아하는 구절에 자꾸 눈이 갑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소중한 것이 자꾸 잊혀지고 사라지는 요즘, 어떤 만남을 자꾸 기대하고 싶은 걸까요?

성북구립미술관(위 좌우), 수연산방(아래 좌), 최순우 옛집(아래 우)

성북구립미술관(위 좌우), 수연산방(아래 좌), 최순우 옛집(아래 우)


■ 여행정보
○ 심우장 : 서울 성북구 성북로 29길 24 / 관람시간 09:00~18:00 / 관람료 무료
○ 함께 가볼만한 곳 : 최순우 옛집, 성북구립미술관, 수연산방. 모두 심우장에서 도보로 2~7분 거리에 있다.
▷ 최순우 옛집 : 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최순우 선생(1916~1984)이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고택이다. 최순우는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www.nt-heritage.org/choisunu)
▷ 성북구립미술관 :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크지는 않지만 실험적이고 의미있는 기획전으로 눈길을 끈다. 현재 7월말까지 신건우, 유나얼, 몽라, 송원영 네 작가가 참여하는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일체된 무엇을 꿈꾸는 기획전 가 열리고 있다. 참여작가 유나얼은 대중가수로 더 유명한 바로 그 분이다.(sma.sbculture.or.kr)
▷ 수연산방 : 한옥 까페로 널리 알려졌지만 문학가 상허 이태준이 1933년부터 46년까지 살면서 많은 문학작품을 남긴 곳이다. 집과 정원 모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치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성북구립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 가는 법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버스정류장 (1111번, 2112번, 3번 마을버스 이용. 3번 마을버스는 성곽 바로 옆에 위치한 북정마을까지 올라갑니다.)
○ 추천 여행 코스 : 한성대입구역 기준 → 북정마을 → 심우장 → 성북구립미술관, 수연산방 → 최순우 옛집(모두 돌아보는데 2~3시간이면 가능하다)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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