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여성안전’ 시민들이 만든 해결책은?

시민기자 최은주, 김윤경

발행일 2016.07.06. 10:51

수정일 2016.07.06. 15:37

조회 1,100

예전엔, 집을 나서기 전 날씨를 확인했는데 이젠 미세먼지까지 체크한다. 나들이를 해도 괜찮은지, 야외활동에 문제는 없는지 미세먼지 농도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아니다. 아침마다 SNS로 미세먼지 정보를 알려주는 지인에, 미세먼지 때문에 약속을 연기하는 친구까지 생겼다.

우리가 직면한 도시문제는 미세먼지 만이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미세먼지’와 ‘여성안전’에 대해 시민, 전문가,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새로운 정책회의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서울 해결책방’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시민,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 도시문제를 토론하는 해결책방이 열렸다 ⓒ최은주

지난 3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시민,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 도시문제를 토론하는 해결책방이 열렸다

해결책방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방이라는 의미와 책이 만들어지는 방이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필자가 해결책방을 찾았을 땐 팀별 토론이 한창이었다. 주제별로 대여섯 가지의 세부 카테고리를 만들어 팀별로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미세먼지와 여성안전에 대해 포스트잇을 붙이며 토론하고 있다 ⓒ최은주

참가자들이 미세먼지와 여성안전에 대해 포스트잇을 붙이며 토론하고 있다

한 테이블에 전문가, 시민, 공무원이 마주 앉아 브레인스토밍으로 토의의 문을 열었다. 집단지성을 발휘할 그룹 토의는 오후 내내 이어졌다. 대학생부터 70대까지 학생, 교수, 시민활동가, CEO, 공무원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미세먼지’와 ‘여성안전’에 대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기후변화 청년모임 소속 김현태 씨는 이날 미세먼지에 대해 토론했다 ⓒ최은주

기후변화 청년모임 소속 김현태 씨는 이날 미세먼지에 대해 토론했다

개인의 의견을 적은 포스트잇이 도화지를 가득 채웠다. 시민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의견을 이야기 하고,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관련 공무원이 경청하면서 토의는 계속됐다. 시민참가자 김현태(29세, 기후변화 청년모임) 씨는“전문가, 공무원, 일반시민들이 시각이 다른데 함께 모여 이야기 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종사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벽을 깨는 시간으로써 의미가 컸던 것 같다”고 했다.

1차 논의를 마친 후엔 다른 테이블을 순회하며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도 얻고 새로운 의견을 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의견을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다른 조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의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성안전 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이미혜(소통과 치유 대표)씨는 “순회 하며 다른 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참 좋았다. 새로운 스타일의 정책회의라 낯설긴 했지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2차 논의에선 지금까지 팀에서 논의했던 해결방안을 정책으로 제안하고 기록해 조별로 해결책을 만들었다. 커다란 해결책 안에는 팀원들이 쏟아놓은 해결방안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시민들의 토론 내용은 한 장씩 모아 한권의 책으로 만든 후, 서울시장에게 전달됐다 ⓒ최은주

시민들의 토론 내용은 한 장씩 모아 한권의 책으로 만든 후, 서울시장에게 전달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결책은 조별 발표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됐다. 이날 발표된 해결책은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시 정책박람회’에서 2차 해결방을 열어 다시 한번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 참가자 황선영(21세, 대학생) 씨는 “어렵고 힘든 자리인 줄 알았는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제도나 정책을 시민들이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뜻깊은 자리였다”고 참가 소감을 내놓았다.

토론을 다 마친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최은주

토론을 다 마친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 발표자는 미세먼지가 10년 전보다 줄고 최근에 다소 증가했다고는 하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 등과 더불어 서울시가 직접 배출량을 측정하여 농도예측과 보완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황사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함께 ‘한중시민감시단’을 두고 ‘대기협력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예상대로 전체적인 교통량 줄이기와 운행배출차량 문제등도 거론되었다.

“마스크만 쓰고 창문만 닫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 한 박스 주세요!’ 이런 광고로 인상에 남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기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전부 반영될 수 있도록 각 기관 전문가 및 중국 등과 협의할 것이며 시민들이 함께 동참해주기를 거듭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현실적, 구체적 변화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시민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토론 후, 여성안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윤경

토론 후, 여성안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단어부터 바꿔야 합니다 임산부 석에 쓰인 미래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는 여성을 위한 단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기캐리어가 아닌 여성입니다.”

1층 다목적 홀에서는 여성안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2층에 비해 1층은 추모의 공간이 된 듯 어두웠다. 벽에 붙여있는 포스트잇들이 진지한 토론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얼마 전 있었던 강남역 사건이 여성안전에 대한 큰 이슈였다. 한 발표자는 이 사건을 아카이브로 만들어 서울시 연구사업이 되도록 지원해달라고 제안했다.

“학생을 넘어 교사, 경찰, 공무원들에게 젠더의식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들의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남성 강사단을 양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시에는 젠더 전문가가 한 명입니다. 이곳에 오셨으니 부탁드립니다. 시장님 소속으로 조직을 만들어 인원을 늘려 주셨음 합니다.”

발표자의 씩씩한 요청에 모두들 박수를 쳤다. 곧이어 폭력 등에 이웃공동체를 활용하거나 시민청등에서 결혼식 절차만이 아닌 폭력 신고 전화 등을 안내하는 책자를 마련하자는 적극적인 방안도 제시되었다. 전체적으로 현재 정책이 여성의 안전에 대한 양적인 발전은 이루어졌으나 질적인 점에서 아쉬움이 든다는 평이었다.

여성정책은 양보다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윤경

여성정책은 양보다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안건을 카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피드백하여 여성이 안전하고 평등한 서울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해결방안과 논의과정 등이 적힌 팀별 책자들은 모두 서울시에 전달하고 의견을 받아 10월 있을 서울시 정책 박람회에서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기로 했다.

10시부터 시작한 회의가 저녁 6시가 넘어 끝나자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표정만큼은 밝았다. ‘서울 해결책방’에서 시민들 스스로 주체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올 10월, 10개의 주제로 열릴 2차 ‘서울 해결 책방’이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서울시와 함께 이번 회의를 주최한 여성가족재단의 문기현 씨는 기자에게 “회의 전에는 전문가들이 주체가 될 줄 알았는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고 좋은 의견을 내서 놀랐어요”라며, “시민의식이 많이 성장하고 여성안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 기쁘네요” 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에게 전달된 미세먼지 논의책자 중 한 페이지 ⓒ김윤경

서울시장에게 전달된 미세먼지 논의책자 중 한 페이지

앞으로 시는 ‘서울 해결책방’을 시민들의 지속적인 정책 참여 기회로 만드는 것은 물론, 기존에 제시했던 해결책의 진행과정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한 빈틈을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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