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 장기기증

최순욱

Visit434 Date2016.06.29 15:29

머리 이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받은 힌두교의 신 가네샤 ⓒWikipedia

머리 이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받은 힌두교의 신 가네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35)

지난 주말 한 탤런트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비록 생전 자기관리와 관련해 잘못을 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여러 드라마에서 보여준 고인의 연기를 늘 즐겁게 감상했었기에 재능 있는 배우의 허무한 스러짐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장기기증에 대한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고인의 각막 2개, 간장 1개, 콩팥 2개가 5명의 환자에게 생명의 선물로 기증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자신의 육신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숭고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옛 신화나 전설 속에서도 누군가의 장기나 신체 일부를 다른 자에게 이식하는 행위는 사고나 싸움, 질병 등으로 잃은 생명을 되살려내는 신적인 행위로 묘사되어왔다. 꼭 ‘기증’이라는 자발적 행위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다른 생명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격을 부여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식을 통해 장기 기증자가 가졌던 능력이나 특징이 기증받는 사람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힌두교 신화의 가네샤(Ganesha)는 학문과 상업에서의 성공을 가져다주는 지혜의 신이다. 삼주신(三主神)의 하나인 시바(Shiva)와 그 아내 파르바티(Parvati)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한쪽 상아가 부러져 있는 코끼리 머리의 남자로 묘사되기 때문에 수많은 힌두교의 신들 중에서도 알아보기가 특히 쉬운 편이다.

이 가네샤가 코끼리 머리를 하게 된 것도 이식수술 때문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파르바티는 가네샤에게 자신의 방에 침입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겼다. 어느 날 시바가 파르바티가 목욕하던 도중에 들이닥쳤는데, 가네샤는 시바조차도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완강하게 막아서다 결국 아버지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게 됐다. 파르바티로부터 힘과 권능을 받은 가네샤는 시바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고, 결국 계략을 써서 가네샤의 등 뒤로 돌아간 시바가 그의 목을 베어 땅에 떨어뜨렸다. 가네샤의 죽음을 알게 된 파르바티는 대노해 우주를 파괴하려 했는데, 이에 다른 신들이 나서서 가네샤를 도로 살려내고 그에게 신격을 부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겨우 파르바티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시바는 어쩔 수 없이 가네샤를 되살리려 했지만 이미 떨어져나간 머리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시바는 부하에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생물의 머리를 베어오라고 시켰다. 세상에 나간 시바의 수하는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고 잠을 자는 코끼리를 발견했고(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고 잠을 자는 것은 북극성이 우주의 평화를 깨도록 하기 때문에 힌두교에서 금기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이 코끼리의 머리를 베어 시바에게로 돌아갔다. 이 머리를 삼주신(三主神)인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가 모두 힘을 합쳐 가네샤의 몸에 붙였고, 되살아난 가네샤는 이때부터 신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중국 고전인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도 장기이식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편작(扁鹊)이라는 전설적인 명의가 노공호(魯公扈)와 조제영(趙齊영)이란 두 명의 환자를 치료하다 이들 각각의 몸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 편작은 두 사람을 불러 “노공호는 심지가 강한데 기가 약하고, 조제영은 반대로 심지가 약한데 기가 강하니 서로 심장을 바꾸면 심지와 기의 균형이 맞게 될 것이오”라고 말했고 둘은 넙죽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편작은 두 사람에게 독주를 마시게 해 깨어나지 못하게 한 뒤 가슴을 째고 심장을 꺼내 서로 바꾸었다. 3일 후에 깨어난 둘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편작에게 사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헌데, 노공호와 조제영 모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편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바람에 둘의 부인이 관가에 편작을 관아에 고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편작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이후 사건이 평화롭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사망한 고인은 이런 신화나 전설 속 이야기처럼 생명의 불을 되살려내는 성스러운 행위를 남기고 떠났다. 더 이상 그의 쾌활한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 생명의 일부가 어딘가에서 다른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