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뇌가 쓰고, 뇌는 내가 관리한다

강원국

발행일 2016.06.27. 10:50

수정일 2016.06.28. 09:15

조회 1,604

뇌ⓒ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36) 뇌를 다스려 글 쓰는 19가지 방법

유치원생이 MBA 학생을 이긴 이유

톰 우젝(Tom Wujec)이란 미국 학자가 고안한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게임이 있다.

스파게티면과 실, 테이프를 사용해 탑을 높이 쌓는 게임이다.

다양한 직군의 6개 팀이 경쟁한 결과,

유치원생 팀이 대기업 최고경영자나 변호사, MBA 학생 팀을 이겼다.

유치원생의 승리 비결은 간단하다.

대부분 팀이 리더를 정하고, 탑의 구조와 계획을 짜는데

시간을 허비한 데 반해, 유치원생들은 일단 쌓기 시작한 것이다.

좌충우돌하며 이런 저런 시도를 거듭하다가,

우연히 스파게티면을 쌓는데 성공하면

그 방식에서 얻은 손 감각으로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시행착오를 통해 피드백을 얻어가면서 더 높은 탑 쌓기에 도전한 것이다.

글쓰기는 마시멜로 챌린지와 같다.

실패와 재시도를 거듭하는 과정이 글쓰기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계획을 짜는데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뇌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방식은 일단 해보고 바꿔가는 것이다.”

일단 쓰고 봐야 하는 이유 또 하나

러시아 심리학자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어느 날 식당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식당 종업원들은 어떻게 그 복잡한 식사 주문을 외우는 게 가능한 것일까.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그 비결을 물었다.

종업원은 그냥 외워졌을 뿐이라고 답했다.

여기에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게 탄생했다.

우리의 뇌는 진행 중인 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끊임없이 생각하여 잊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실패한 일은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서.

글쓰기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쓰려는 글이 있으면 단 몇 줄이라도 먼저 써놓는 것이다.

그러면 뇌는 글을 매듭짓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말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글과 관련한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를 다스리는 19가지 방법

글은 마음으로 쓰지도, 가슴으로 쓰지도 않는다.

뇌로 쓴다.

그런데 뇌는 아무 생각이 없다.뇌의 주인이 활용하기에 달렸다.

뇌를 잘 다스려야 글을 잘 쓸 수 있다.

1. 글감을 찾을 때,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물어보면 뇌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2. 서로 관련 없는 것을 이것저것 뒤적이는 것도 좋다.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창의적 생각이 만들어진다.

레베카 코스타가 <지금, 경계선에서>에서 말한

‘뇌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통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3. 글을 안 써지면, 못 쓰면 벌어질 상황을 과장해서 상상한다.

그러면 뇌는 이를 큰일 날 상황으로 판단해, 글쓰기에 몰입한다.

4. 매일 일정한 장소와 시간, 같은 환경에서 글을 쓴다.

그 시간, 그 장소, 그 환경에 노출되면 뇌는 으레

글을 써야 하는 걸로 알고 거부감 없이 글을 쓴다.

5. 생각이 나면 반드시 메모한다.

뇌는 자기가 생각한 것을 주인이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인식하여 더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6. 글로써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갖는다.

뇌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절하게 꿈을 꾸면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7. 글을 쓰기 전에 시각, 청각과 같은 오감을 자극한다.

깜깜한 두개골 안에 갇혀 있던 뇌가

정서적 자극에 창조적으로 반응한다.

8. 써야 할 대상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거울신경세포가 작동하여 관찰 대상에 대해

민감하게 공감하고 감수성을 발휘한다.

9. 곧바로 쓰기 시작하자.

쓸까말까 망설이면 뇌의 편도체가 공포반응을 일으킨다.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쓰기가 어려워진다.

10. 아는 것부터 쓴다.

뇌는 새로운 것을 보면 긴장한다.

뇌가 놀라지 않게 아는 것부터, 쉬운 것부터 쓰기 시작하자.

11. 조금만 쓰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 보자.​

한꺼번에 많은 분량을 쓰겠다고 들이대면 겁부터 먹게 되며,

겁을 내는 뇌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잠깐씩 여러 번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2. 글 쓸 때 문장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간다.

뇌가 신이 나서 써내려간다.

13. 도중에 쉬면서 쓰자.

30분이나 1시간 단위로 휴식시간을 갖자.

시간이 없으면 기지개라도 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기만 해도 지친 뇌가 새롭게 힘을 낸다.

14. 시간을 정해놓고 쓰자.

글은 시간에 쫓길 때 더 잘 써진다.

그것은 뇌가 적절한 긴장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감시한이 많이 남은 글은 쓰기 힘들다.

15. 산책하면서 쓸 거리를 생각하자.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걷거나 움직일 때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16. 글 쓸 때에는 글만 쓰자.

뇌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처리를 못한다.

특히 글쓰기는 그것에만 집중했을 때 가능하다.

17.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쓰자.

뇌는 칭찬을 좋아한다.

잘하고 있다고 고무하면서 쓰고,

다 쓴 후에는 고생했다고 칭찬해주자.

해마는 칭찬을 기억해뒀다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18. 목표를 정해놓고 쓰자.

뇌는 발전과 성취 본능이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19. 쓰고 나면 묵혀뒀다가 퇴고한다.

뇌가 낯설어 하며 고칠 곳을 잘 찾는다.

뇌는 쓰기에 달렸다.

우리의 마음이나 정신 모두 물질에 불과한 뇌의 지배를 받는다.

고귀한 생명이 물질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내 뇌는 내가 관리할 수 있다.

어느 수준으로 뇌를 활용할지는 각자 노력에 달려 있다.

뇌는 타고난 상태에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고 적응하면서 특정 역할과 기능이 변화한다고 한다.

노력하면 뇌가 좋아지고, 글쓰기 역량도 향상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뇌를 쓰지 않았다면 더 큰 희망,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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